원 팩 더블 29)

Original

by Kalsavina

29. 유수연




새엄마가 은행으로부터 받은 담보 대출은 내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사실상 그녀는 나를 길거리에 나앉도록 팽개쳐 둔 채, 자신의 친아들 진기만을 데리고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길바닥에서 강태석이 나를 잡아가도록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숨어있을 장소로 신갈을 택한 이유는, 한때 그곳에 나의 외가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한동안은 외할머니가 살아 계셔서, 가끔씩은 찾아갔던 곳. 기억 속 외할머니만이, 유일하게 내게 인자했던 분이셨다.

그 분의 흔적을 찾으러 갔다가, 죽음을 꿈꾸며 육교 위를 헤매었고, 세복이를 발견했었다.

박영민이 내게 사람을 붙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그리 주도면밀하지 못했고, 가끔 멍하니 넋을 놓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곤 했다. 서투른 스파이였지만 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 챙겨나온 후 급히 자리잡은 신갈의 단칸방에서 나는 하루하루 삶의 의욕을 잃어갔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뿐이었다.

밤이면 몰래 휴대폰을 켜고 세복이가 내게 보낸 메시지들을 읽고 또 읽었다. 전원을 꺼 놓은 동안 부재중 전화를 몇 통이나 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통씩 보내오던 메시지는 내가 사라진 지 일주일 정도를 지난 시점에서 확연히 줄어 있었다.

[보고 싶어]

[언제 돌아올 거야?]

[안 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

[너 진짜 이럴래?]

[제발 살아 있다고 문자 한 통만이라도 보내. 걱정돼서 죽을 거 같아]

단 한 통의 답신도 보내지 못했던 건, 그랬다가는 내가 무너져내릴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렇게 살아서 뭘 할 거냐는 질문만이 머리를 채웠다.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잠들어 있는 동안의 시간이었다. 꿈 속에서, 가끔 나를 내려다보며 예의 그 빈정대는 듯한 쓴웃음을 짓는 세복이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 왼쪽 눈가의 흉터마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마치 현실처럼. 당연히 현실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그렇게, 그토록 간절했던 내 의지는, 세복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행복에 도취되어 찬연하게 불타오르던 생을 향한 내 의지는 하루하루 허무하게 무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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