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여름을 부탁해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꽃잎이 떨어질 준비를 하던 날, 봄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던 날, 봄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쩔 수 없이 눈시울을 붉혀야 했던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여름이 찾아왔다.

새 옷을 입은 리틀초 링메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커피숍이나 화려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실내보다 화창한 햇살 아래 초록색 정원이 훨씬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아직은 바람이 시원하지만, 곧 이 바람이 잦아들면 햇빛은 더욱 강렬해지고 뜨거워질 것이다.

나무 울타리 아래 살포시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난 링메는 어쩌면 미처 떠나지 못하고 뒤처진 봄의 요정 같기도 하다. 혹은 다가오는 여름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의 요정이거나.

안녕, 링메?

오늘 너는 참 예쁘다.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이름이 도총 떠오르지 않아 링메라는 그 이름을 그대로 붙여준 안느 마리 타입의 리틀초는 여유롭게 떠나는 봄을 즐기는 중이다.


널 맞이하기 위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봄에게 묻는 링메의 눈앞에 펼쳐진 하늘은 하염없이 푸르다.

떠나는 봄바람을 뒤로 한 링메의 나지막한 노랫소리가 작별인사를 대신한다....

링메, 슬퍼하지 말고, 다가오는 여름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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