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현실의 불안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물리적인 폭행이 아닌 정신적인 폭행. 상대의 악의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폭언들은 딱히 거칠고 사납지 않아도 그 악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가족의 경우는 허용이 된다는 이유로 더욱 사납고 과격한 표현이 오고가곤 하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정말이지 괴로웠다. 언젠가는 그 폭언이 자신을 향한 폭탄이 되어 돌아가리라는 걸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 오래 시달리는 동안 깨달았다. 주위에 의지할 사람도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는 환경에 노출된 인간의 무서운 고립감이 결국 삶을 포기하게 한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주위에 대한 원망과 푸념만 늘어놓는 동안, 인형은 오히려 피와 살을 가진 사람보다 더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구태여 보살핌을 팔요로 하거나 애정을 갈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애완동물보다 간편한 애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은 늘 지쳐 있는 상태이다 보니 충분히 보듬어 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정 자체가 식은 건 아니다.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은, 그리고 바라보는 걸 무조건적으로 허용해주는 그들의 너그러움에 고마움을 느낀다.

언젠가는 이 현실의 불안을, 이 모든 상처를 내게서도 그들에게서도 떼어내 멀리 보내버릴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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