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돌아와, 너를 기다리는 곳으로.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최근 들어 두 편의 장편소설 초고를 완성하고 수정과 편집과 퇴고를 반복하는 동안 원치 않게 마음에 깃든 감정 이입과 그로 인해 야기된 혼란으로 생활이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거울 속에 비치는 내 얼굴이 어느덧 완연한 중년의 나이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싫어지기도 하고.

이 모든 비루한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가끔 짧은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동탄역에서 찍은 선나는 공주처럼 예쁘다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어쩌다 보니 자신의 초라함을 되씹는 순간이 문득 찾아들고 있었다. 초라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유용한 도구 몇몇 가운데 인형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는 미처 몰랐었다.

발랄하고 귀여운 아이들. 오늘 바다 구경하러 왔어요



부산 돌프리마켓에 참가하신 엘렌 선생님을 뵙고 안부를 전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짬을 내서 모모꼬들을 데리고 해변으로 향했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만큼은 덥지 않아서, 마음놓고 아이들을 찍을 수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못내 아쉬웠던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비루한 현실이 안겨주는 외로움과 괴로움을 떠안고 떠나왔다가도, 결국 나는 나를 기다리는 장소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작업으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실체 없는 허구의 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