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어쩌다 보니, 박화요비의 <겨울나비>를 뭔가에 홀린 사람마냥 며칠째 주구장창 듣고 있었다. 끔찍하게 무더웠던 작년 여름의 악몽을 잊지 못해서일까. 쪼꼬미와 링메에게 벌써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며 여름 좀 부탁하자고 한 건, 이상하게 다가오는 여름을 넘길 일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름을 앞두고 그 구슬픈 겨울나비의 가사를 읊조리는 이유는, 좀 시원시원하게 퍼부어줬으면 좋겠다 싶었던 비가 허무하게 그친 후 문득 불어온 찬바람 때문일까.
-향기 없는 꽃, 사랑 없는 약속, 긴 그늘의 시간
작년 겨울, 눈밭에서 찍은 선나의 사진을 찾을 길이 없는 가운데 여느 때보다 유독 그 지독한 겨울의 차가움이 그립다..
-유리병 가득 흰 눈을 담아서 한동안 가슴 속에 품어보곤 해. 눈물이 되고 그 눈물이 흐르면 이별인 걸 알아,
-마지막 내 한숨에, 그를 실어 보내고.
박화요비의 건조한 듯 들쩍지근한 목소리는, 혼자 따라 부르기에 과히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애잔한 교태가 어려 있다.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이 여름을 무사히 넘긴 다음에 찾아들 찬바람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겨울나비를 되풀이해 듣는 내 귓가에 들려오는 멜로디가 더는 그런 구슬픈 멜로디가 아니기를, 감히 기원해 본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이기를.
그런 사람이 나를 찾아와 내 곁에 머물러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