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39. 박영민
"경찰이, 강태석의 시신을 찾아냈어."
수연은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래서 말인데."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조직원들이 필사적으로 김재경에 관한 정보를 뒤지고 있어. 그 개자식을 찾아내서 죽이고, 그 다음에는 아키를 처리할 작정이야."
대체 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저런 미소를 짓는지 알 수가 없다. 세복이 녀석은 바로 저 미소 때문에 그녀에게 미쳐버린 게 아닐까.
"그럴 필요 없어. 박영민."
"뭐?"
"네가 감옥에 들어가면? 세복이는 누가 지킬 건데? 나는 못 지켜."
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순간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내게 보여 주었다.
주사바늘 자국으로 엉망이 된 팔이었다.
이게 누구의 팔이냐고 물어 보려던 찰나,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스쳤다. 눈처럼 하얀 팔, 세복이의 팔이었다.
"이게......이게 대체......"
"아키 짓이야. 세복이한테 마약을 썼어. "
손이 떨렸다.
"이 지경까지 될 줄은 몰랐어. 내 잘못이야. 미안해."
내 잘못이라고 수연이 말하고 있었다.
아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을 아키에게 접근 못하게 했어야 했다.
아키의 타겟이 수연이 아닌 세복이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내 잘못이었다.
"내 말 잘 들어. 박영민. 중해방의 애송이 보스."
수연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에 서린 결연한 의지를 보았다. 그것은 이미 세상을 버릴 각오를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너는 감옥에 가면 안 돼. 너는 세복이랑 결혼해야 해. 결혼해서, 그 아이 앞에 남겨진 200억 재산,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 앞으로 찾아줘야 해. "
"유수연."
"난 세복이에게 내 생명을 빚졌어. 처음부터 빚지지 않아도 될 생명이었어. 내가 그걸 몰랐을 뿐이지. 이젠 괜찮아. 진기가 내 곁에서 떠났을 때, 너희가 날 구하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것도 운명이겠지. 너희들을 도와 주고, 불쌍하게 자란 세복이에게 정당한 댓가를 찾아 주라는."
"수연아. "
"강태석 건에 대한 자수는 내가 할 거야.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아키를 죽여야 해."
"그래. 그건 내가 할게."
"아니. 내가 해야 해."
"뭐? 네가 한다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 그건, 내가 아니면 안 돼. 너나 세복이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아키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너도 세복이도, 아키는 못 죽여. 그건 내가 해야 해."
"어째서지?"
"어째서냐 하면."
유수연은 갑자기 나와 마주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귀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얼굴이 너무나도 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키가, 바로 김재경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