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47)

란의 폭주

by Kalsavina

47. 박영민



"형량이나 최소한으로 줄여 줘."

아키를 죽인 후에는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수연은 그렇게만 대답하고 생긋 웃었다. 세복이를 홀려서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 미소에 하마터면 속아넘어갈 뻔했다.

수연은 아키를 죽인 후, 자신도 죽을 생각이었다. 따라서, 아키를 죽인 이후의 일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마음을 돌리라고 설득하는 것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아키가 김재경이라는 수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마침내 김재경의 신원을 알아낸 중해방 조직원들의 보고로 밝혀졌다. 따라서 둘이었던 타겟이 하나로 줄어든 이상, 그 일을 내가 직접 해치운다 해도 꺼리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감옥에 가는 게 두렵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출소한 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세복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터였다 .

그러나, 아키를 죽이겠다는 수연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서, 그녀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아키가 세복이의 외사촌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아키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세 사람 중 수연이 유일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세복이에게서 있어 녀석이 어쨌든 외사촌이라면, 내가 녀석과 결혼했을 경우 녀석은 나의 처남이 된다. 그런 녀석을 세복이나 내가 죽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을 살려둘 수도 없었다. 세복이의 혈육인 아키가 삼일의 마약 공급책이자 핵심 조직원인 이상, 녀석을 그대로 살려 뒀다간 세복이를 삼일에 뺏기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사실은 삼일이 아니라 아키에게 세복이를 빼앗길 걱정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수연 또한 나와 같은 이유에서 아키를 처치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아키가 보낸 동영상에 대해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쌍둥이 언니 유지연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하지 말아야 했다.

자신의 쌍둥이 언니의 행방을 알려준 사람이 아키라는 걸 알아챌 경우, 수연 또한 아키를 섣불리 죽일 수 없을 터였다. 지금으로서는, 세복이를 마약중독자로 만든 아키를 처치하기로 마음먹은 나와 수연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키가 세복이에게 강태석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를 그제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세복이는 아키에게 협박 따위를 당하느니 차라리 자수하는 쪽을 택할 녀석이었다. 그걸 아키는 일찌감치 알아챈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 강태석을 죽인 죄를 자신이 뒤집어쓸 생각을 했는지 그것까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세복이를 사랑했던 걸까.

그렇다면, 아키를 죽이겠다는 수연을 구태여 말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말리지 않아야 했다. 만약 아키 녀석을 이대로 살려 둔다면, 수연도 나도 세복이를 그 녀석에게 뺏기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리고 수연은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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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를 죽이러 가는 그녀의 가슴에 숨길 도청장치를 준비한 후, 그 도청장치를 그녀의 휴대폰에 장착했다. 일단 그녀가 아키의 집에 들어가면, 도청장치는 자동으로 작동될 터였다.

수연은 도청장치를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새로 준비한 권총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을 뿐이다.

"그건 필요없어. 나한테 맡겨 줘."

확실히, 그녀는 두 사람의 죽음을 준비중이었다. 아키의 죽음, 그리고 그녀 자신의 죽음 말이다.

하지만, 수연의 죽음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 생각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연이 가지고 있을 나의 루거 권총에는 단 한 발의 총알이 남아 있을 터였다. 그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다. 아마 아키를 죽인 후 그 총으로 따라 죽을 생각이라면, 수연은 아키와 함께 죽지 못할 터였다.

수연이 잘못되면, 세복이 또한 잘못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노릇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살려서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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