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인이라는 이름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4. 영인이라는 이름

-세상을 향한 서투름이 나를 울게 했다는 사실을, 너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래 전, 엄마와 아빠로부터 버림받고 외롭게 혼자 살아가다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영인이었다.

그 아이의 죽음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몇몇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기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걸로 충분하다.

그 아이 때문에 내게는 전에 없던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쓴 서투른 글씨와 그림을 보면, 쏟아져내리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누가 쓰고 그렸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그린 글씨, 아이들이 그린 그림, 그 서투른 표현들....

그 서투름이 담고 있는, 세상을 향한 서투른 발걸음.

이유 없이 나를 울게 했던 그 서투름이야 어찌됐건, 나는 영인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부르며 살 수 있는 이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부를 수 있는 존재에 그 이름을 붙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들여온 보급형 리카에게 영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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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아이였다.

꿈꾸는 듯한 앳된 미소를 짓는 이 아이는 도무지 영인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이 아이를 영인이라고 불렀다. 단순히 그 이름으로 부를 아이가 필요하다고만 생각했던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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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부를 때마다 가슴이 아파져오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되는 거라는 걸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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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때마다 한없는 미안함과 아픔을 가져다주는 그 이름을 이 아이에게서 거두기로 했다.

그리고, 어울리는 이름을 찾게 될 때까지 이 아이 또한 봉인해두기로 했다.

이 아이에게서 빼앗아간 게 너무 많다. 이름, 머리카락, 사랑스럽고도 화려한 아름다움.

미안해. 내가 너한테서 원했던 건 이게 아니었나 봐.

너와 나의 겨울이 좀 더 따뜻해질 때까지만 우리 잠깐 헤어져 있자. 당분간만 안녕.

너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아이였고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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