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장미정원에서의 출사 (1)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소다를 데리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집 근처에 있던 근사한 장미정원으로 소다를 데려갔다. 장미가 떨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 근처에 그런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처음에는 소다만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문득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나는 시얼샤를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때마침 시얼샤의 깜찍한 새 의상을 갓 만든 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따랐던 것 같다.

그게 바로 소다의 첫 야외 출사이자 내 인생의 첫 인형 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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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출사를 통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차용한 한 편의 짤막한 이야기를 써서 내가 활동하던 카페 <꼼지락인형옷>의 인형극장에 올렸었다. 그 이야기는 지금 여기에서 다 옮길 수는 없으므로 간단히 줄거리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평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열심히 읽던 소다는 엄마를 졸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여왕의 정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빨간 장미 가운데 흰 장미가 군데군데 섞인 것을 발견하고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 정원사들이 실수를 한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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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소다의 눈 앞에 나타난 구세주는 체셔의 고양이나 모자 장수나 3월의 토끼가 아닌, 전혀 색다른 캐릭터였다. 바로 미키마우스의 귀를 달고 나타난 요정 시얼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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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낙엽 속에서 시얼샤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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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는 시얼샤에게 여왕의 명령을 어기고 흰 장미를 심은 정원사들이 처형당하지 않게 해 달라고 시얼샤에게 부탁했고, 시얼샤는 마법을 써서 그 명령을 내렸던 여왕의 기억을 삭제해 버렸다! 여왕 스스로 내린 명령을 여왕이 기억해내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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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아침 일찍 나갔어야 했을 이 출사는 하필이면 햇빛이 강한 낮에 이루어진 탓에 본의 아니게 힘든 출사가 되어 버렸다. 구체관절인형에게 정면으로 받는 직사광선은 매우 해롭다. 우레탄의 변색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서둘러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철수했지만, 더 많은 아름다운 사진들을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장미정원에서의 출사는, 내 인생을 통틀어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반짝반짝 빛난다는 표현이 그대로 어울리는 그런 추억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