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형옷 만들기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처음에 인형옷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미미들이 입고 있었던 옷들이 너무나 조잡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내 취향에 맞는 인형옷을 입혀보고 싶었다. 그렇게 서툴게 시작한 바느질로, 몇 벌인가 마음에 드는 옷을 해 입혔다.

그 중에 잊을 수 없는 옷 하나가 바로 이 멜빵치마다. 이 옷을 만들고 나서, 나는 내가 해내지 못하리라고 여겼던 것들을 해냈다는 뿌듯함에 사로잡혔다. 그 뿌듯함은 이내 떨쳐낼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나를 중독시켰다.

말하자면 나는 인형옷 만들기에 중독된 셈이다.

이 옷을 계기로, 내 어설픈 솜씨의 한계를 깨닫게 된 나는 인형옷 만들기 동호회에 가입했다.

이 옷 또한 잊을 수 없는 옷이다. 지금은 내 곁을 떠나고 없는, 미미인형 누엘이 입었던 옷이다. 누엘 말고 이 옷을 소화해낼 수 있는 인형을 지금까지 나는 찾지 못했다.

이 옷은 상복처럼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소다를 들이게 된 후, 나는 인형옷을 만들어 입히는 것이 인형옷에 들어가는 돈을 절약하는 나름대로의 자구책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구체관절인형의 드레스는 워낙 고가여서, 선뜻 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뒤따르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제법 그럴듯한 옷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삭막하고 단조롭던 나의 생활은, 인형옷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졌다. 다채로운 분주함이 일상을 채워나갔다. 늘 그랬듯, 내 손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그것이 설령 사소한 작업일지라도 헤아릴 수 없이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작업이었고 나는 그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불러들여 포착하고 눈 앞에 펼쳐내는 기쁨을 양보하고 싶지 않었다. 어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더라도.

이전 22화9. 선입견과 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