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선입견과 편견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어머니는 내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셨다. 행여나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게 되면 지체없이 인형을 빼앗아 버리거나 남에게 주어 버리곤 하셨다. 종이인형은 죄다 찢어 버리셨다. 재수가 없다며, 인형을 몹시 혐오하셨다. 시집갈 때 인형을 가지고 가면 첩을 하나 더 들여가는 셈이라며, 내가 아끼던 '매애'라는 이름의 양 인형조차 들고 가지 못하게 하셨던 분이다.

그런 분이 정작 본인은 왜 시집갈 때 인형을 들고 가셨는지 원. (참고로 어머니의 결혼생활은 불행 그 자체였다)



어찌됐건, 인형놀이를 즐기는 어른 여자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다. 늘 모자란 사람 혹은 머리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인형에 대한 이런저런 미신이나 인형이 갖는 주술적인 의미가 사람들에게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겠지. 저주의 도구 혹은 여자아이들의 장난감,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에 불과했던 인형들.

집 안에서만 인형놀이를 할 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출사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러한 선입견 내지는 편견들과 구체적으로 직면할 마음의 각오를 해야 했다. 다행히도, 노골적으로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배경이 흰색이면 예쁠 거라며 종이를 빌려 주는 등 사진찍는 것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만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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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불특정 다수의 시선에 노출되어야 하는 야외 출사는 꺼리는 편이었고, 대개는 커피숍 등 안전한 실내 출사를 택했다. 그래서 아마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출사와 관련해 친구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많고도 많다.

저 인형 달라며 울며불며 엄마를 대동하고 쫓아오는 꼬맹이를 뿌리치느라 택시까지 타야 했던 이야기. 노골적으로 아이들에게 저런 건 좋지 못한 취미라고 그 자리에서 말해 버리는 부모들.

수군거리는 사람들. 노려보는 사람들. 비웃는 사람들.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호기심어린 시선이기는 했어도 그 가운데 적의에 찬 시선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나를 괴롭힌 것은, 뿌리깊은 고정관념에서 오는 나의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편견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 일방적으로 아끼는 것들을 강탈당했던 괴로운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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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독서나 영화 감상, 수상스키나 낚시 헬스 등은 건전한 취미이면서 인형놀이는 덜 떨어진 취미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쉽게 남 앞에 드러내지 않고, 타인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타인에게 쓸데없는 간섭을 삼간다. 그래서 이날도 나는 영인이를 늦가을의 장미정원에 데려가 찍고 싶은 만큼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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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가냘픈 영인이에게 있어 장미정원은 너무 광대했다. 피사체가 된 그녀를 예쁘게 잡아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일년 후, 그리고 이년 혹은 삼년 후, 때로는 십년 후에 이르기까지, 이 사진들은 추억이라고 이름지어진 내 인생의 일부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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