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 호주머니 속 요정-쪼꼬미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푸치 브라이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쪼꼬미는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무지의 소산 덕에 쪼꼬미를 얻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내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그녀의 정식 이름은 '푸치브라이스 이반카 코닐'이다. 금발이라기보다는 오리지날 바나나색 노랑머리를 가진 '코니 코닐'과는 쌍둥이 지간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단 한 가지가 문제였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그녀의 덩치 말이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그녀의 모습이다. 정말로 그녀의 몸뚱아리는 내 검지손가락보다도 작고 가늘었다.

솔직히 옷을 만들어 입힐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녀의 옷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녀를 본래 정식 명칭인 이반카 코닐 그대로 불렀다. 이 꼬맹이에게는 이상하게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이반카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그냥 조그마한 아이라는 뜻으로 "쪼꼬미"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것이 곧 이름이 되었다.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 덕분에, 어디를 가든 그녀를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어디든 아름답고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그녀를 꺼내 찍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나의 '호주머니 요정'이었다. 내 가방 속에 둥지를 틀고 사는 호주머니 요정.

지난 여름 미금역의 K도넛에서 찍은 사진이라든가, 사돌 앤 프렌즈에서 찍은 사진들은 참 잊기 힘들다. 병점역 근처 골목길의 자그마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들도 그렇다.

여름과 가을의 끈질긴 맞물림 사이에서, 인형도 사람도 우왕좌왕하며 어느새 흘러가 버리는 일상.

그 일상 속에서 가끔 떠났던 여행에 그녀는 빠짐없이 동행했다.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완벽한 길동무였다.

크게는 KTX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 작게는 버스나 지하철로 떠나는 짧은 여행까지 골고루 동행한

그녀는 언니들이 찍지 못한 인생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일상이라는 사막에서 살아가는 호주머니 요정 이반카 코닐 쪼꼬미.

최근 들어 푸치 브라이스가 급격히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아마 쪼꼬미가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포켓 인형의 매력을 알지 못했던 내가 쪼꼬미를 통해 포켓 사이즈 인형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그 매력을 백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내게 있어 참 고마운 요정같은 존재다.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자. 요정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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