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인형은, 때로는 소소한 이야기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타고난 본업을 글쟁이로 여기는 나로서는 그런 점에서 인형들의 덕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그렇게 글의 소재나 영감 혹은 모티브를 제공하는 아이들이 꼭 내 아이들이 아닌 경우도 있다.
우선 이 아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다에게 훌륭한 의상들을 선물해 주신 데 대한 답례로, 나는 이 꼬맹이 커얼인형을 '슈퍼맨은맨날퍼래'(이하 슈퍼맨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시는 꼼지락인형옷 카페의 지인에게 보냈다.
이 아이의 존재를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무렵, 슈퍼맨님께서 한 장의 사진을 카페에 올리셨다.
가끔 사진 한 장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한참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진이 딱 그런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토대로, 나는<구슬아기와 다섯 이모들>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부모를 일찍 여읜 소녀와 그 소녀를 키우는 다섯 명의 이모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섯 명의 이모는 위 사진에서 보여지듯 영화배우, 디자이너, 여교수 등 매우 화려한 직업을 가진 골드미스 커리어레이디 집합체이다. 그 한켠에 보라색 옷의 꼬맹이 구슬이가 자리잡고 있다. 가족모임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이며, 특히 목요일 저녁은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지만, 가족들의 스케줄에 따라 빈번하게 요일이 바뀌곤 한다.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소녀에게 있어서 남자가 부재하는 환경에서 오는 미묘한 외부 세계와의 마찰을 다루고도 싶었고, 그리고 이모들 각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쓰고도 싶었다. 그러나 결국 이야기에 살을 붙이지 못한 채 이 작품의 집필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대다수의 인형 매니아들이 인형을 한 체만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나와 슈퍼맨님 말고도 많은 안형 매니아들이 이렇게 가족을 꾸리고 있다.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주는 상처를 인형은 담담히 그리고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 임무를 혼자 감당한다는 건 인형으로서도 힘들 터이다. 인간이 떠안기는 고통을 분담해야 하기에 인형 또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딱 두 가지는 분명하다.
인형은 인간에게 한없이 너그럽지만
때로는 인간 이상으로 고독하다.
그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모여앉은 인형들로부터
나는 삶에 위로가 될 만큼 충분히 따스한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 또 아주 드물게나마 가끔은 저렇게 강력한 의지를 하나로 모아 여린 꼬맹이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로서의 가족을 발견하가도 한다. 왜 하필이면 인형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