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1월의 크리스마스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소다는 내게 있어 특별한 인형이다. 소다를 만나기 전까지 인형은 내게 있어 미미인형과 거의 동의어였고, 좋아하기는 했지만 어머니와의 불화로 인한 쓰라린 추억을 환기시키는 존재였다.

소다와의 추억이 쌓일 때마다, 칙칙하던 내 인생이 조금씩 아름다운 색깔로 수놓아지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정작 나 자신은 가지지 못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내지는 갈증에서 벗어나, 나의 생활 또한 아름답고 신선할 수 있음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추억들 가운데, 작년 11월경에 찍었던 출사는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당시 그렇게 춥지 않았던 날씨가 계속 이어졌던 걸로 기억하지만, 하필이면 내가 출사를 나갔던 날은 꽤나 추웠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카페 안은 한산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도 했고, 40센티가 넘는 아이를 데리고 출사를 다닌 경험이 거의 없었던 탓에 예쁘고 다양한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했다.

아끼는 인형에게, 손수 만든 옷과 취향에 맞게 산 의상을 적절히 맞춰 입히고, 선물받은 가방과 좋은 판매자에 대한 감사를 담은 신발을 신겨 근사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때의 행복한 마음을 설명할 길은 달리 없다.

대부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항상 일찍 느껴진다. 아마 한달 이상을 앞두고 미리 준비하는 매장들의 특성 탓인지, 이때도 뭔가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이벤트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항상 이 날 찍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찍은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살면서 힘이 되는 추억을 사람이 아닌 인형과 쌓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 맥빠지는 노릇이다. 피와 살을 가진 인간에게 그토록 기댈 여지가 없이 고독하다는 의미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배신하지 않는 한 인형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언제 이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본다 해도, 나는 착잡한 감정을 추스리거나 아물지 않는 상처를 후벼파거나 하는 일 없이 추억에 잠길 수 있다. 여느 해보다 크리스마스가 좀 일찍 찾아왔었지, 라는 느낌으로.

사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다 덕분에 2015년의 때이른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아름답고 고즈넉하며 몽환적인 밤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조금은 때이르고 특별했던 11월의 크리스마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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