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미리 하려고 계획했던 이야기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엉킨 덕에 무작정 오늘 일어났던 일을 말하려고 마음먹는다. 이미 해는 저문 지 오래다.
아무리 자그마한 인형이라 할지라도 출사는 그리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외출하면서 인형을 챙겨 나간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요런 자그마한 모모꼬를 챙겨 나오는 것도 힘드는데, 70센티가 훌쩍 넘는 SD 아이들을 데리고 속칭 데세랄이라 부르는 DSLR을 들고 출사를 나서는 사람들의 힘겨움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당초 계획했던 볼일을 본 후, 나는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근사한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어이없이 틀어졌다.
내가 봐두었던 근사한 장소에서 뜻밖의 얼굴을 목격했다. 오래 전에 알던 사람이었다.
살다 보면 꼭 그런 사람이 한둘은 생긴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몹시 맞지 않는 부류인 사람. 결국은 불쾌한 기억만 가진 채 스쳐지나가는 사람 말이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 지금이야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상대도 나도 불유쾌한 상황에서의 어색한 마주침이 될 게 뻔한데 뭐하러 일부러 아는 체를 하겠는가.
나는 그냥 출사를 포기했다. 다행히도, 주말이었던 터라 그 근사한 카페는 몹시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덕분에 그 자리를 피하면서도 나는 내가 소심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는 편하고도 뻔한 핑계를 댈 수 있었다.
한참을 터덜터덜 헤맨 끝에 나는 결국, 익숙한 장소로 돌아왔다. 내게 익숙한 곳, 내가 자리잡은 곳, 내가 돌아가야 하는 곳, 내게 편안한 곳.
나만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새처럼 멀리 떠나갔던 당신들이 돌아가는 곳도 결국은 당신들이 늘 가던 곳, 늘 익숙한 장소, 그리고 그 장소에서 당신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던가. 당신들에게 익숙한 그리고 당신들에게
편안한 사람에게로 돌아가곤 하면서.
우리가 갇힌 새장은 얼마나 크고 거대한 걸까.
결국 되돌아온 익숙한 장소에서, 고향을 떠나온 웨이크업 20 모모꼬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명멸하는 불빛들. 스쳐나가는 차들. 힐끔거리는 시선을 던지고는 부지런히 발길만 재촉하는 사람들.
이 아이에게 선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