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차도녀들의 일상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물론 나는 태어나 지금까지 도시를 떠난 적도 시골에서 산 적도 없는 도시 여자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차도녀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요.

하지만 나와 한 집에서 서식중인 모모꼬 자매님들은 확실히 차도녀의 포스가 짙다. 물론, 그들의 일상을 찍은 사진들만 보아도 그들의 ‘차도녀적인 포스’는 실로 압도적이다.

나 자신을 차도녀라 지칭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작 나도 나 자신의 정확한 온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뜨뜻미지근한 도시 여자’ 정도가 되려나.

하지만 이 핫한 외모의 아가씨들은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나의 필사적인 출사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차도녀로서의 일상을 마음껏 즐기는 중이다

일년치 커피값을 다 합치면 명품 백 하나는 장만하지 않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나는 카페, 즉 커피숍을 즐겨 찾았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를 돌보는 도시 여자가 대낮에 즐길 수 있는 거라고는 커피와 브런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물론 그나마도 아기가 유모차에서 잠들어줘야 가능하다) 술이나 오프라인 모임 참석이나 여행이나 쇼핑 같은 것은 현재의 내게 있어 거의 불가능한 단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조카를 태운 유모차를 동반한) 커피숍 나들이는 한동안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다.

그 커피숍에서의 시간을 우울하지 않게 보낼 친구로 모모꼬보다 적합한 인형이 또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여느 차도녀들처럼 바쁜 일상에 치여 힘들어하지 않는다. 시간 좀 내 달라는 요청에 ‘선약이 있어서....’라며 거절하지도 않는다. 언제든 말 없이 파우치에 담긴 채 내 가방에 탑승해 거리 이곳저곳을 배회할 수 있다. 주위의 시선에 주눅드는 나와는 달리 주위의 시선을 즐긴다. (물론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오늘도 무심한 듯 시크한, 그리고 사실은 굉장히 외롭고 지리멸렬한 차도녀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원래 도시 생활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까, 우리 (정신적) 허영의 요정들에게 쏟아지는 경멸을 이유로 의기소침해하지는 말자.


촬영장소:

티아모 동탄나루점

카페 빌룬드 동탄점

로네펠트 티하우스 1823 동탄 메타폴리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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