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그래 가끔은 뒤를 돌아봐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그날은 정말 추웠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곧잘 자립하던 소다도 그날은 칼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매번 넘어지곤 했다. 마치 실연당하고 슬픔에 빠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비련의 아가씨처럼.

살면서 되도록 과거는 뒤돌아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나간 날들은 되돌아오지 않으니까. 하지만 살면서 추억의 일부가 되어버런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과거지사를 떠올리게 되는 날들이 더러 있기도 하다. 작게는 특별한 장소에서 마신 차 한 잔에서부터 크게는 해외여행의 추억까지. 그리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보았다는 가정 하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행복했던 시간들도.

한 해가 그 끝을 향해 접어들던 어느 날, 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는 소다는 나를 대신해 과거의 어느 한 지점을 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행복한 시간이었거나 어쩌면 슬픈 시간이었을 과거의 한때를, 빛나던 한 순간을.

그러니까, 내 존재의 초라함과 부질없음이 유독 크고 깊은 우울함으로 다가오는 날에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 뒤에서 앞으로 걷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은 지금의 나처럼 쪼그라든 고독한 존재가 아니다. 한때 아름답고 눈부셨으며, 인생이 주는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감정을 마음껏 누릴 줄 알았던 멋진 사람이 나를 보며 미소짓고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가끔은 가던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라고, 창백한 얼굴의 소다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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