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고독을 누릴 권리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누적된 반증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살아오는 내내 고독을 체질에 맞게 소화흡수하는 훈련을 해 온 결과일까. 혼자 보내는 시간은 이제 내게 더없이 익숙하고도 편안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눈부시고 쓸쓸한 고독. 화려하진 않지만

혼자 영화관에 가서 티켓을 끊고 갈릭 핫도그를 씹으며 입장 시간을 기다린다든가, 원하는 만큼 눈치보지 않고 서가의 책꽂이 혹은 쇼핑몰의 쇼윈도를 서성이곤 한다. 혼자가 아니라면 그런 시간들을 오롯이 만끽할 수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을, 오롯이 음미하며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혼자라는 건 그래서 좋은것이다.

체크무늬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청순한 가을이

그렇다고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외로워해야 마땅한 혼자만의 시간을 더 이상 외로움이나 어색함이 아닌 지극히 지연스러운 편안함으로 받아들이는 자신에게 어느 날 문득 놀라움을 느꼈을 뿐이다.

물론, 오늘 같은 날은 말없이 옆을 지키는 친구가 있기에 편안한 고독을 즐기는 게 가능한 것일 게다. 언젠가는 이런 고독한 시간들 또한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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