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몽상가의 현실 수집법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더 정확히 말하면 ‘몽상가’가 현실을 수집하는 방식, 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어쨌든 살다 보면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욕구는 왕왕 생겨나지만 현실 속에서 도피할 만한 장소는 많지 않다. 때로는 삶이 현실이 아니라 길고 지루한 악몽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인형에 대한 사람들의 흔한 착각 중 하나는 마치 인형을 ‘꿈과 환상의 상징’인 양 취급한다는 곳이다. 낱낱이 들여다보면, 인형 애호가의 본질은 냉정하고 사실적이며 현실적이다. 절대로 추상적이지 않다. 언젠가 주장했던 것처럼, 인형만큼 구체적으로 나의 실존을 깨닫게 하는 사물도 드물다.

생활하는 가운데 찾게 되는 현실의 장소들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면, 문득 서글퍼질 때가 더러 있다.

현실의 삶을 사는 내가 꿈과 환상을 수집하는 게 아니다. 몽롱한 꿈 같은 삶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가 냉정한 현실을 수집하고 있는 거다.

어쩐지 실존주의적인 암울한 이미지의 회화. 그 안에 자리잡은 홍단

역경을 버티게 하는 것은 물론 꿈과 환상이다. 일정한 비율의 착각을 함유하는 건 필수다. 하지만 어느 때가 되면 현실에 대한 자각이 필요해진다. 그 자각을 돕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인형이다. 아름답긴 하지만,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형은 다른 장난감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구름 위를 걷고 싶어질 때, 인형을 파우치에 담아 들고 거리로 나온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자리잡고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며 아이폰6플러스의 액정에 뜬 셔터를 누른다. 한 몽상가가 충실하게 현실을 수집하는 방식이다. 언젠가는, 그 현실에 충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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