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얼마 전(혹은 오래 전), 장미 정원에서 찍은 모모꼬 사진을 SNS에 올리고 흐뭇해하고 있는 내게 페친인 지영씨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인형들의 눈으로 보는 인간(거인)의 세상은 어떨까요?'

그 질문의 갑작스러움에 미처 적절한 대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나는 '글쎄요, 무서울까?'라고 대답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자 지영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뭐든지 크고 웅장하고 장엄하니까,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며 감탄할 것 같기도 해요'

IMG_4984.JPG 터무니없이 커 보이는 사람들의 세상을 인형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랬다. 그때는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웃고 넘겼던 그 대답.

하지만, 엉뚱한 상황에서 무심히 흘려들었던 그 말이 다시 내게 날아들었을 때, 나는 모모꼬에게는 터무니없이 컸을 사람들의 세상에서 모모꼬 자매님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들에게는 뭐든지 위압적으로 크기만 했을 이 거인들의 세상을, 왜 그들이 무서워했을 거라고만 생각했을까.

IMG_3330.JPG
IMG_3327.JPG
모모꼬들에게 있어 사람들의 세계는 거인국의 세계. 모든 게 그들에게는 크고 웅장하다.

보호받는 아이들, 사람으로부터 보호받는 존재들이 크고 웅장한 세계를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크기만 이 세상의 휘황찬란함이 신기하고 놀라우며 장엄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 보는 것이다. 물론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그들에게 있어 세상은 드넓고 광활한 곳이며 스릴 넘치는 모험을 즐길 가치가 충분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때 내게 던져진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제대로 된 대답 또한 하지 못한 셈이다.


IMG_3325.JPG
IMG_3329.JPG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원없이 즐기는 모모꼬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세상으로부터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때때로 그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해 쩔쩔매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때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을 때, 그 질문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 거다. 곧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물론, 언제나 모든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질문은,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대답을 보류해야 할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답답해하며 애써 답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모든 질문과 마찬가지로 살면서 부닥치는 일들에 대한 대답은 정말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들기도 하니 말이다.

IMG_3341.JPG
IMG_334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6. 낡은 꿈을 불러들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