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시간이 지나면서 인형들은 망가져 간다. 조금씩, 알아보기 힘들지만 서서히. 확실하게. 때가 타고 변색되고 관절이 부러지고 표면은 마모되고 구체관절 인형의 경우에는 텐션이 조금씩 느슨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형을 관리하는 것도, 그 인형을 예쁘게 꾸미는 것도 전적으로 내 몫이다.
나 자신 타고난 미적 감각이 전혀 없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위의 시선에 위축되어 ‘그런 재능 따위 없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가끔은 전적으로 나만의 감각에만 의존해 인형을 꾸미는 것이 불안할 때가 있다. 물론 의상을 선사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지만, 그 의상들을 적절하게 입히는 것 또한 내 몫이니까.
다행히 처음과 달라서, 인형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지금 시행착오는 줄어들었고 따라서 위축감도 어느 정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혹은 실물을 보며 ‘예쁘다’고 말해줄 때, 나는 비로소 내 감각이 그렇게 촌스럽고 서툴지 않다는 것을 인정받고 안도와 기쁨의 한숨을 내쉰다.
물론 여기에는, 단 몇 천원짜리 옷을 살 돈조차 없어 주위의 야멸찬 시선을 감내하며 낡고 유행에 뒤진옷을 넝마처럼 걸치고 다니던 쓰라린 과거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돈은 없지만, 타고난 감각까지 촌스러운 건 아니라고 소리높여 주장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엉뚱하게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외침은 전혀 다른 형태로 울려퍼지고 있다. 내가 아닌 인형을 꾸미는 감각이라는 형태로.
물론, 여전히 매일 되풀이되는 ‘내가 나의 감각을 믿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상대로 싸우면서 말이다.
다행히,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사람들로부터 정말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어서, 한껏 심혈을 기울여 가꾼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