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쉼없이 밀려드는 의욕저하에 건망증(이리고 쓰고 치매라고 부른다)을 이겨내기 위해 뭔가 소소한 나만의 작업을 시고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수첩과 펜을 샀다. 그리고는 즐겨 듣는 노래 가사(대부분은 영어)를 틈틈이 수첩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일하는 중간중간, 혹은 커피숍에서 틈틈이 쉬면서 짬이 날 때 하는 작업이라 시간은 늘 빠듯하다.
보잘것없고 말 그대로 소소한 이 작업은 의외로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돈과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 간단한 작업이다. 오래 전 내 취미였던 팝송 듣기가 새로운 형태로 되돌아왔다. 무뎌진 감각이 녹스는 것을 막는다. 나 자신과 내 삶의 보잘것없음에 순간순간 피부 사이로 스며드는 절망을 잊게 한다. 아름다운 사진들, 인형이 포함된 사진들이 아름다운 노래 가사와 함께 선물처럼 남겨진다.
일을 하는 중간에 쉴 수 있는 카페는 정해져 있고, 데리고 나올 수 있는 인형은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쪼꼬미가 전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쪼꼬미 자신을 자주 찍어주게 된다.
한참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 이 작업과 쪼꼬미가 아니었다면 다시 찾아온 이 여름을 이겨낼 일이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급히 만들어 입힌 여름 원피스는 시원한 연보라빛이고 쪼꼬미의 머리색괴 잘 어우러져 축축 쳐지는 기분을 달래 준다. 햇살 밝은 창가에서 나는 이렇게 바캉스 대신 나만의 짤막한 휴식을 즐긴다. 여름이 꿈처럼 덧없이 지나가길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