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마흔에 이른 나이에서, 점점 행동은 줄어들면서 생각은 많아지고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 잦다. 뭘 하려 해도 예전만큼 의욕이 넘치지 읺는다. 사소하게 신경쓰이는 일에도 일단 머리부터 아파오기 일쑤다. 십대 혹은 이십대 시절에도 하지 않던 고민을 하고 있어서일까. 왜 이 나이에 자아정체성의 혼란 따위를 겪어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예전처럼 ‘그럴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소위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내 취향에 걸맞는 존재를 접하면서도 예전처럼 설레거나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은 없다.
‘느낌’을 잃은 일상이다.
느낌을 잃은 일상을 구제한 변화는 사소하고도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갖고 싶어했으나 비싸서 구입하지 못했던 의상들이 줄줄이 저렴하게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을이와 소다에게 예쁜 투피스가 생겼다.
남아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고민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몇 가지 질문들이 두통을 만들어내며 번잡하게 머릿속을 오갈 때가 더러 있다. 타인에게 내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 애쓰는 것이 이제는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그 중 하나다.
물론, 두통에는 두통약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두통약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게 아마 인형일 것이다. 어떤 복잡한 질문도, 또 그에 따른 어떤 복잡한 대답도 요구하지 않는다. 낯설고 어려운 외국어를 공부할 때 느끼는 혼란과 골치아픔을 실생활에서 느끼는 요즘, 내게 있어 인형은 훌륭한 두통약이기도 하다. 보고 있노라면 잠깐이나마 열로 들뜬 머릿속이 차갑게 맑아지는 기분이 된다. 역시 고마운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