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나만의 취향, 나만의 느낌,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왜 하필 인형이냐고 사람들은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 시간과 노력과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적지 않은 금액을 왜 피부나 미용 혹은 명품 등에 투자하지 않고 인형에 투자하느냐고.

물론, 인형에 투자하는 돈은 명품 브랜드의 가방 하나와 비교가 안 될 수준이긴 하지만(명품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 돈이면 차라리 헤어샵이나 스킨케어샵 등을 가는 게 맞지 않냐는 질문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더 이상 설명이 팔요없는 샤X 혹은 구X 혹은 루Xxxx 브랜드의 명품 가방을 예로 들자면.

그 가방들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냥 돈이다. 물론 그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고통의 가치는 크다. 그러나 일단 그렇게 얻은 가방을 메고 다니기 위해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학벌도 나이도 교양도 미모도 필요없다. 단지 들기만 하면 된다. 정해진 모양, 정해진 디자인, 정해진 색깔. 단지 필요한 것은 그 가방에 적절하게, 그 가방에 어울리게 나를 꾸미는 센스이다.

나의 고집불통의 면모가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나 자신을 아무리 꾸며봐야 소용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꾸며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은 시점에서 내가 꾸며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 아닌 인형으로 옮겨졌다.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몇 가지 수단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결코 쉬운 수단은 아니다. 돈과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결과는 나의 취향, 나의 느낌, 나의 감각, 나의 센스를 한껏 드러내 보이며 사람들에게 선보여지는 셈이다. 디자이너들이 느낄 법한 희열을 백분 이해하게 된다. 다행히, 나와 달라서 인형은 시들지 않는 미모로 나의 노력에 보답한다. 나만의 개성을 한껏 반영한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며 매번 나는 오늘도 내 노력의 결과가 헛수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한다. 나 자신을 꾸미는 작업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다. 요즘은, 글쎄 인형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자신을 꾸며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가끔 고개를 들 때도 있긴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0. 어쩌면, 두통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