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lsavina Oct 11. 2016

Sylvia Plath, Mrs Oven (4/4)

실비이 플러스 나의 오븐 여사 (4/4)


실비아 플라스, 미세스 오븐 (4/4)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녀는 남편과 이혼했고 이유는 그녀의 남편 테드 휴즈가 다름아닌 아내의 친구와 사랑에 빠졌기(속칭 바람이 났기) 때문이었다. 속내야 어찌됐든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시인 예이츠 (W. B. YEATS)가 한때 살았던 런던 피츠로이 로드 23번가에 틀어박힌다.

50년만의 최대 한파였다니 그 추운 날씨가 얼마나 우울증을 악화시켰을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추위에 따른 우울증은 직접 경험한 바이므로) 게다가 하루 종일 보채는 아이들한테 밥은 차려줘야 했을 테고, 시도 써야 했을 테고, 그러나 출판되어 자신의 예술성이 진가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돈 들어올 데도 별로 없었을 테고 (당시 그녀는 케임브리지 대학 강사도 그만두고 소설을 쓰고 있었을 테니) 점점 자신을 잃어가다가 문득 예쁘고 지적이고 교양있고 위대한 예술성을 지닌 1등쟁이 아가씨는 어디 가고 평범한 아줌마가

된 자신의 초라한 모습만이 남아서 달랑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제 잘난 맛에 살던 사람이었다면 조금만 자신의 모습이 기대치에 못 미쳐도 그걸 못 견뎌 어쩔 줄 몰라했을 테고, 날씨는 춥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데 짜증나는 일만 연달아 터지고......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머나먼 타국의 독자인 나의 어설프고 지리멸렬한 추측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두 아이들의 아침밥을 아이들의 침실 앞에 차려놓고, 부엌을 완전히 밀폐시켜 아이들의 방으로 가스가 새어들지 않게 하고, 그녀는 수건으로 감은 머리를 가스가 흘러나오는 오븐 그릴에 밀어넣었다.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의문사항; 분명 그때의 오븐은 지금의 오븐과 달랐겠지? 요즘은 가스렌지와 오븐을 합쳐 전천후 만능 조리가 가능한 성능 좋은 '오븐렌지'들이 줄을 이어 출시되고 있으니까.

갑자기 우리 집에 오븐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 집에 오븐이 있었다면, 자살하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정말로 통닭이나 생선을 집어넣는 그 그릴에 내 머리가 들어갈까라는 장난스러운 호기심 때문에라도 나는 내 머리를 밀어넣었을지도 모른다.




Will the hive survive, will the gladiolas

Succeed in banking their fires

To enter another year?



벌집이 살아남을 것인가? 글라디올러스는 내년을 맞이하기 위해 그들의 불꽃을 묻어두는 데 성공할까?

Sylvia Plath



실비아 플라스. 나의 미세스 오븐. 당신이 당신의 불꽃을 묻어 두었다가 이듬해 봄을 무사히 맞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녀의 불꽃은 묘지에 묻혔다. 그리고 그 덕에 '자살한 시인의 유고집'이라는 화려한 꼬리표가 붙어져 나온 시집 은 삽시간에 그녀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고.

사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녀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몇십 년이 지난 지금 그녀를 알게 되었다 한들 그녀를 내 습관적인 공상의 제물로 삼지는 못했으리라고 거의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으니.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이 죽기 9년쯤 전에 나한테 아주 소중한 두 사람이 태어났었는데, 한 사람은 얼마전에 허공에서 땅바닥으로 내던져져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고 또 한 사람은 희생으로만 점철된 자신의 초라하고 쓸쓸한 삶을 자기 딸에게 들켜 버렸대요.



그리고 막연히 추측해 봅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영원히 진심으로 흉금을 터놓는 대화는 불가능한 오븐 여사님. 어쩌면 당신은 죽음 직전이든 아니면 직후이든 아니면 기나긴 자신의 삶에 걸친 시간이든, 죽음보다 깊은 고독을 느꼈을 때 그 고독에서 당신을 건져 줄 사람의 부재(不在)를 깨닫고 당신의 불꽃을 꺼 버렸는지도 모르겠다고. 아마도 예술의 여신은 당신의 예술성과 당신의 목숨을 맞바꾸었을지 모르나, 우리 모두의 삶이 오븐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것은 인간, 지겹게도 서로 사랑하며 사는 인간들이지 시가 아니었다고. 한 줌 따뜻한 마음이 걸작이라 칭송받는 한 편의 시보다 당신에게는 소중했을지도 모르는 것을. 하지만 당신의 운명이 그렇게 되도록 결정난 데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은 별로 없으니, 나로 하여금 이렇게 길고 따분한 글을 쓰게 한 당신에게 당신이 어쩌면 갈구했을 한 줌의 진심어린 애정을 보냅니다. 그러면, 이제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혹은 수천번을 되풀이하는 그 흔하고 그 간결한 외마디로 우리의 인사를 나누도록 하죠. 실비아. 이제는 안녕. 영원히, 영원히.

 


FIN

매거진의 이전글 Sylvia Plath, Mrs Oven (3/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