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아기 혹은 아기성 식물
모우(Mow) 박사는 탁자 주위를 분주히 오락가락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진 그 정체 모를 괴상한 식물의 주위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저 자신의 초조한 심정을 그렇게 표출하고 있을 뿐이었으므로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아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야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저렇게 쉴새없이 토막토막 끊어진 설명들을 뱉어내며 탁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우리는 도대체 그 탁자 위에 있는 그 괴상한 식물을 어떻게 관찰하란 말인가?
그 괴상한 식물........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그것이 식물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비록 모우 박사가 ‘사람의 피가 흐르는 식물’이라고 탁자 위에 놓인 그 정체불명의 괴물에 대해 설명하긴 했지만 말이다. 보기에도 식물처럼 연녹색을 띤 그 괴물은 분명히 광합성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밤이라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을 터이지만, 그 괴물의 머리에 붙은 조그마한 두 개의 이파리는 분명히 장식용으로 붙여 놓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식물의 잎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둥근 머리를, 양파나 감자류의 구근같은 그 둥글고 푸른 머리통를 과연 식물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틀림없는 갓난아기의 머리였다. 머리털 대신 민숭민숭한 대머리에 조그마한 잎사귀 몇 개를 달고 있었으며 온통 연녹색을 띠고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눈과 코와 입이 있었고 더구나 공포에 질린 표정마저 짓고 있지 않았던가! 모우 박사가 박아넣은 의안으로 추정되는 푸르고 투명한 유리 눈동자는 흡사 총을 겨눈 군인 앞에 선 사형수나 다름없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이게 정말 인간과 식물의 합성체란 말입니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내 옆에 있던 미란 교수였다. 연구실 안에 있던 다섯 사람은 체스판 위에 올라온 말처럼 제각기 맡아놓은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그 괴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멀리서, 어떤 사람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리고 나는 그나마 제일 가까운 위치, 탁자에서 두 발짝쯤 떨어진 위치에서 그 괴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제가 보기에는 인간도 식물도 아닌 것 같아요.”
미란 교수의 여성스럽게 가느다란 목소리에 모우 박사는 기분좋은 듯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사실은, 인간이라고도 식물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아이에 대해 설명하는 데 ‘합성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어서 학회에 제출한 논문에서는 그렇게 썼지만,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합성체가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으로서는 이 아이가 계속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이고요. 만약 이 아이가 온전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고, 또 광합성에 의한 성장과 꽃피우기와 열매맺기가 가능하다면 그때는 주저하지 않고 합성체라는 표현을 써도 좋겠습니다만.......”
모우 박사가 ‘이 아이’라고 부른 그 괴물은 몸뚱이가 없었고 잘려진 목 밑부분은 동그랗게 오려진 삼발이 위에 올려져 있었다. 목 아래로는 가느다란 튜브가 꽂혀 있었고 튜브의 다른 쪽 끝은 모우 박사가 괴물로부터 30센티 정도 떨어진 자리에 올려놓은 작은 화분 안에 들어가 있었다. 화분 안에는 검은 흙이 담겨 있었지만 흔히 그렇듯 평평하게 고루 담아 놓은 것이 아니라 한가운데를 넓고 깊이 움푹하게 파 놓은 꼴로 담겨 있었다.
“그래요. 그냥 봐도 정상적으로 클 것 같지는 않군요.”
이렇게 무심히 말을 내뱉고 난 직후 나는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이 괴물을 어린아이로 보는 모우 박사의 견해에 동조하고 만 셈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둥근 녹색 구근은 완벽한 갓난아이의 머리통 모양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너무나 귀엽게. 어느 새 나는 그 괴물이 귀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말이 내 입에서 나간 직후 모우 박사는 갑자기 풀이 죽은 목소리를 약간 떨며 대답했다.
“사실 전 제가 반평생을 바쳐 연구해 온 ‘인간의 식물화’가 결국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결과물의 창조로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 아이를 살려놓은 직후 우울증에 걸릴 뻔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제가 생각한 인간과 식물의 결합이란 인간의 몸뚱아리와 식물의 몸뚱아리를 합치겠다는 단순한 발상이 절대로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전 인간으로서 필수불가결한 몇 가지 속성들과 식물이 가진 몇 가지 속성들을 결합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몸을 잘라 식물의 줄기에 접붙이기를 한다든가 하는 식의 시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이 아이를 어떻게 탄생시켰는지 궁금하시지요? 아니, 아니. 아닙니다.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태어난 아이입니다. 저 아이는 식물이므로 흙 속에서 싹을 내려 자랐고 처음에는 뿌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아이가 아직 어린 씨앗이었을 때, 김 박사님의 산부인과에서 가져온 유리관 속의 태아들―낙태 수술로 적출된 태아들 가운데 생후 18주쯤 된 아이를 흙 속에 묻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시도였고 실험 방법이었으므로, 왜 하필이면 그런 방법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여하튼 미숙아를 저 아이와 함께 흙 속에 묻었더니, 맙소사, 저 아이가 그 미숙아를 먹었었나 봅니다! 그래서 소화를 시켰다고 하면 문제는 간단하지요. ‘인간 아기를 잡아먹고 인간화된 식물’이라고 정의내려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 말입니다.”
“참 박사님다운 발상이시네요. 산부인과에서 표본용으로 보관하던 미숙아를 비료로 줬다고요?”
갑자기 날카로워진 미란 교수의 목소리가 모우 박사의 설명을 끊었다. 그러나 미란 교수를 향한 모두의 비난 섞인 눈길에 미란 교수는 말을 더 잇지 않았고 모우 박사는 설명을 계속했다.
“비료라, 처음에 태아를 흙 속에 묻었을 때는 일종의 그런 느낌으로 시도한 거였죠. 그러나 이 아이는, 아니 이제는 그 태아와 합쳐져 버린 이 아이의 씨앗은 자기가 먹은 아이를 소화시키기는커녕 자기 속에서 이 아이를 키웠단 말입니다. 일종의 자궁 역할을 한 셈이지요. 급기야는 그렇게 자란 아기가 자기를 잡아먹고 자기를 키운 몸뚱아리를 도로 잡아먹어 버려서......자기가 자란 자궁을 도로 잡아먹었단 말입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키우고 잡아먹는 동안 이 아이가 식물인지 인간인지를 확인한다는 게 불가능해져 버려서........인간화 된 식물인지 식물화된 인간인지 알 수 없게 되........아무튼, 저는 이 아이의 몸뚱이를 절단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릴 수가 없었거든요. 아시다시피 식물은 배설을 하지 않으니까, 인간의 배설물이 쌓인 식물성 몸뚱이가 결국 썩기 시작해서........잘라내지 않으려고 기를 써 보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
학회에 제출했던 논문과는 너무나도 판이하고 너무나도 비과학적인 설명이 끝나자 우리는 잠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윽고 종혁이 말했다.
“어쩐지 그 논문,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해도 정말 성공했는지가 의심스럽더라니까. 하지만 모우 박사님.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박사님께 신경정신과 진찰 좀 받아 보시라고 하면 박사님은 화내실 겁니까?”
“화내지 않겠네. 사실은 이미 갔다왔네. 지금 자네들에게 얘기한 일련의 일들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해서 내가 돌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야. 그보다는 저 아이가, 정말로 미쳐 버리도록 내 온 신경을 송두리째 말아먹고 있거든.”
“무슨 뜻이죠?”
“그만큼 저 아이를 죽이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단 말이야. 체지방과 호르몬이 마르고 닳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워서 말이야.”
사실 그 괴물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그 말을 모우 박사에게 하자 그는 다시 목소리에 활기를 띄었다.
“그걸 확인하고 싶습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괴물의 머리를 가볍게 잡고 한 손으로 입 양쪽을 눌러 그 괴물의 입이 약간 벌어지도록 했다.
“안을 들여다 보십시오. 아마 보들보들한 아기의 입 속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탁자 가까이 다가와서도 감히 괴물을 들여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동안 나는 대담하게도 박사가 시키는 대로 괴물의 입 속을 보기 위해 괴물 쪽으로 몸을 굽혔다. 그리고 괴물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의식적으로 괴물의 눈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괴물의 눈과 내 눈이 서로 시선을 맞물고 말았다. 상당히 불쾌한 실수였다. 갓난아기의 눈처럼 둥글고 큼직한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저 천진난만하기만 한 눈은 무서워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뭔가 서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순간 집에 두고 온 딸아이가 떠올랐다. 둥글게 생긴 것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딸아이. 지금쯤은 집에서 이불을 차 내던진 채 정신없이 자고 있을 다섯살박이 내 딸 희울이. 사실 딸아이의 까만 눈은 이 괴물의 눈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언뜻 흘겨보긴 했어도 이 괴물의 눈이 딸아이의 눈과 완전히 다르지만도 않은 것 같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 그러나 이 괴물의 안구는 건조하기만 하다. 나는 모우 박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혼잣말하듯 질문했다.
“이 아기를 뭐라고 불러야 하죠?”
박사는 내 질문에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됐다. 드디어 시작하는구나’라고 소리치며 모우 박사가 손뼉을 탁 치는 통에 모두들 모우 박사가 유심히 살펴 보고 있던 화분 쪽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아기의 목에 꽂혀 있던 튜브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갈색 피가 튜브를 타고 흘러 튜브 끝이 담긴 화분에 떨어졌고 화분 안에 파놓은 흙구덩이 속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어른의 두툼한 두 손으로 충분히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화분 안에 만들어진 피의 연못. 검은 흙의 테두리 안에서 가득히 고여드는 피.
녹색 아기가 흘려내는 피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단순한 신비스러움 때문만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분명히 그 피는 아기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저 아기는 저런 식으로생명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흙 속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피를 뱉어내고 말 못하는 입을 모우 박사에게 우롱당하고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눈을 또록또록 굴려도 아무도 그 눈 속에 깃든 감정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새 그 괴물을 아기라고 부르고 있다. 다시 한 번, 나는 좀 더 크게 그리고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모우 박사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이 아기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그러자 입맛을 다셔가며 신기해하는 종혁과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화분을 들여다보는 미란 교수 사이에 서 있던 모우 박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좋을 대로 부르시구려. 식물성 아기라고 부르든지 아기성 식물이라고 부르든지. 어느 쪽인지는 나로서도 확실히 알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