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상상과 현실의 교란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는 상상의 힘에 압도당한 나머지 현실을 잃어버린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가공인물을 위해 실재하는 사람들을 모두 내쳐 버리지만 그럼으로써 그 또한 자신이 창조한 가공의 친구들마저 잃고 만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지독히도 기댈 곳 없던 현실 속에서, 나는 언제나 상상의 세계 속으로 도피했었다. 그리고 상상과 현실을 분명히 구분하게 된 지금도, 상상과 현실의 교란은 일상에서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내가 창조한 인물과 내가 창조한 세계가 내 일상을 파고드는 그 느낌을 너무나도 잘 안다. 어쩌다 눈을 떠 버린 새벽, 혹은 잠을 빼앗긴 어느 깊은 밤이 되어서야 말을 걸며 다가서는 존재들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의지했던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허구의 세계가 결국은 내 일상을 어떻게 압도하고 어떻게 잠식하며 어떻게 파괴해가는지를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현실이 혹독할수록 내면을 지배하는 힘은 강해져야만 한다. 무너지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 교란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인형의 힘은 내게 있어 무엇보다 유용하고도 강력하다.

곧 할로윈이 다가온다. 애써 상상과 현실의 교란을 바로잡지 않아도 되는 어떤 하루를 위해서, 나는 릴로에게 요정을 위한 옷을 만들어 주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이 긴 터널의 끝이 보일 때까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움직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상상과 현실 사이의 교란을 아슬아슬하게 통제하면서, 내 일상의 교통체증을

해소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