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외면하고 싶은 내면의 욕망-타인의 시선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외면하고 싶은 내면이라니 참 그럴싸한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실상 하고자 하는 말은 꽤나 쓰라린 진실이다.

요즘 들어 모두가 말한다.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지 말자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자신의 욕망에 오롯이 충실한 삶을 살자고, 줄기차게 떠든다.

어쩐지 내추럴한 모습이 예쁜 링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정말로 타인의 시선으로 완전히 배제된 일상인가? 생각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자신(과 자신에게 속한 어떤 것)을 노출시키고, 또 반대로 그렇게 노출된 타인의 모습에서 상대적 우월감 혹은 박탈감을 느낀다.

패션모델 같은 홍단. 하지만 런웨이가 아닌 강남 뒷골목의 사각지대.

사실은 간절하게 타인의 시선을 원하고 타인의 부러움을 사고 싶어한다. 늘 그렇듯 내면에 자리잡은 본질적인 허영심이 그런 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소통, 소통이라고들 말한다.

사실은 소통을 원하는 게 아니다.

타인의 시선, 그들의 선망, 나는 여러 사람을 현혹시킬 힘과 권력을 가진 존재라는 증거,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그런 마음이 깃들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획득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것은 단순한 과시욕이 아니다. 성실한 욕망의 반영이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보석(나의 경우는 인형)을 서랍 안에 숨겨두고 혼자 꺼내 보며 즐거워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타인의 시선에 노출시킨다. 남의 눈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의 내면에 충실하라는 말이 그냥 헛소리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지 말라'는 말에 교묘히 숨겨진 씁쓸한 위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내재된 초라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오늘도 열심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중인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러면서 나 또한 오늘도 열심히 타인의 시선을 열망하며 인형을 사진에 담고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