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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Jun 01. 2021

17. 인간의 아픔을 껴안고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인간은 한없이 간사한 존재이지만, 알고 보면 또한 한없이 가련한 존재다. 그들의 틈에 섞이기를 거부하고 싶다가도 결국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하게 되는 것.


결국은 다 같은 아픔을 껴안고 살아가는 족속들이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명예로운 이름들을 가만가만히 읊어보다가, 문득 그들이 그 빛나는 이름을 얻은 댓가로 빼앗긴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고 나는 전율한다. 빛나는 아름다움을 얻은 댓가로 속절없이 잃어야 했던 그들의 삶,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된 비루함으로 점철되었을 삶. 그 삶을 잃은 댓가로 그들은 찬란한 명성, 잊혀지지 않을 이름을 얻었다.


어쩌면 이 비루한 삶에 목매고 있으면서 그 찬란한 이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기를 갈구했던 것 자체가 사치였던 것인지.


그래서 오늘도, 살아 숨쉬는 간사하면서도 가련한 존재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비통해하며 숨쉬고 있는지. 어둠 에서 핏발 세운 뜬눈으로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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