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인간은 한없이 간사한 존재이지만, 알고 보면 또한 한없이 가련한 존재다. 그들의 틈에 섞이기를 거부하고 싶다가도 결국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하게 되는 것.
결국은 다 같은 아픔을 껴안고 살아가는 족속들이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명예로운 이름들을 가만가만히 읊어보다가, 문득 그들이 그 빛나는 이름을 얻은 댓가로 빼앗긴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고 나는 전율한다. 빛나는 아름다움을 얻은 댓가로 속절없이 잃어야 했던 그들의 삶,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된 비루함으로 점철되었을 삶. 그 삶을 잃은 댓가로 그들은 찬란한 명성, 잊혀지지 않을 이름을 얻었다.
어쩌면 이 비루한 삶에 목매고 있으면서 그 찬란한 이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기를 갈구했던 것 자체가 사치였던 것인지.
그래서 오늘도, 살아 숨쉬는 간사하면서도 가련한 존재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비통해하며 숨쉬고 있는지. 어둠 속에서 핏발 세운 뜬눈으로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