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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Jun 20. 2021

19. 문학의 효용성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문학의 효용가치, 라는 것.


사실 지금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재미와 감동을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인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는 나도 글로 돈을 벌었었고(비록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제법 잘 벌었었다), 세간에는 인기많고 잘 팔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책들이 있지만, 그리고 충분히 훌륭하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지만.

과연 그걸로 충분한 걸까.

현실에 기여하는 바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전무하지 않은가.

<나는 고발한다>로 칼같은 펜을 들어 정권을 바꿔버린 에밀 졸라 수준의 기여도라는 건 뭐 오늘날에야 상상도 할 수 없다. 스물 몇 명이라는 사람을 골로 보낸 저 유명한 루시디의 <악마의 시>라던지 퓰리처상 수상작인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정도의 파급력 또한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시대에서나 행사할 수 있던 영향력이었다. 무엇보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회와 현실에 대한 기여라는 의미에서의 효용가치"라는 의미에서 문학의 힘은 유효했다. 하다 못해 하루키만 해도, 굳이 노벨상을 바랄 필요가 없을 만큼 사랑을 받았으니 그걸로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한 거라 하겠지만 그 파워 또한 지나간 시대 지나간 세대의 파워다.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그럴 힘이 없는 문학의 현주소에 대한 회의가 커서, 뭔가를 써볼 힘이 안 난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최소한 터무니없는 핑계는 아니지 않은가.


*사진은 "고민은 지름을 늦출 뿐(사실 가격 고민이 아니라 집에 쌓이는 책이 산을 이루는 고민)"이었던 마크 트웨인의 책이다. 코네티컷 양키는 세계 최고의 실용주의자 중  한 사람이다. 뭐든 효용가치, 쓸모, 의미 등을 따지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마 실제로도 지금 미국 북부에 사는 코네티컷 양키들은 이런 내 고민을 백분 이해해줄 것 같다. (맥주캔 들고 스포츠 중계에 정신을 팔면서도 고민 상담은 다 해낼 것 같은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물론 저자는 < 소여>  마크 트웨인이고  아니 세계 최고의 코미디 작가지만 그래서 재미는 있지만.... 묘하게 원치 있는 방향으로 재미있어서  슬프다. 21세기 독자의 눈에는  개그나 신랄함이  눈에 차지 않는달까. 하기야 이제 경우 1/4 정도 읽었으니 뒷부분은 어떻게 갈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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