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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Jul 01. 2021

JAZZ 99 -6

재즈 나인티나인

6.     



  ‘조금만 더’를 연발하며 인도에서 한 발짝 내려선 채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사색의 나무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던 나는,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한 대의 자전거를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자전거와 부딪쳐 의식을 잃은 채 부서진 카메라와 함께 길거리에 나뒹굴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허리에 아찔할 만큼의 충격이 느껴졌고, 곧이어 몸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것을 느낀 순간 땅바닥에 머리를 세차게 부딪친 나는 두개골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귀로 퍼져오는 욱신한 통증의 파도에 짧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내 손을 떠나 튕겨나간 카메라가 땅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눈을 들어 카메라를 보려 해도 이미 내 시야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카메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순간적이고도 얄팍한 희망 때문에, 내 몸이 처한 상황은 생각지도 않고 팔을 허우적거리던 나는 결국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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