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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Aug 16. 2021

밀크 블루 캔디 13

MILK BLUE CANDY

13



낮에는 현실을 위해 일하고, 밤에는 이상을 위해 일하면서 나는 일상 속으로 스스로를 매몰시키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슴 속에서 일렁거리는 흑막같은 그림자를 걷어낼 수 없다. 

때로는 밤에 잠들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맬 때 그 그림자에게 끌려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하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거리 이곳저곳에서 그의 시선을 느꼈다. 그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 만나려고 마음먹으면 만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만나지 않았다. 항상 정면을 보며 걸었다. 길을 걷는 동안 누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되어 따끈한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앙상한 나무들의 가지 사이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거짓말처럼 하케가 서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보인다. 

가로등 아래서 미소짓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바보같이 안심하게 된다.

그는 유안이 아니었다. 나를 지치게 하지 않았고, 외롭게 하지 않았고, 고독 속에 침잠해 있는 동안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지도 않았다. 

나는 발코니를 사이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는 오래된 영화 속 연인들처럼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어쩌면, 봄에는 다시 만나서 같이 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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