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ryme Jul 27. 2018

화사 곱창 먹방이 나쁜 진짜 이유

폭식은 권장할 문화가 아니라 질병

'보건복지부가 먹방을 규제하기로 했다.' 황당한 뉴스다. "먹는 것까지 규제하냐" "공산주의냐" 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복지부도 황급히 해명을 내놨다. 규제가 아니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의 하나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는 거다.  


흡연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흡연 장면을 넣지 않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듯이, 먹방이 폭식을 조장해 국민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나는 복지부 대책에 일견 동의한다. 물론 나는 규제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다. 먹방을 안보냐면 그것도 아니다. 내 유튜브 타임라인에는 먹방 콘텐츠가 3개 걸러 1개씩은 있다. 먹는 양이 많은 밴쯔, 매운 음식과 중국 당면을 주로 먹는 도로시 등을 구독하고 있다. 틀었다하면 대부분 넋놓고 본다. 먹방 채널이 아니더라도 EBS 여행 채널에서도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에 먼저 손이 간다. 먹방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먹방이 나쁜 이유가 있다. 우선 폭식은 질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8~2013년 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해 폭식증 환자가 2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먹방이 폭식을 조장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갈리겠지만, 인터넷이든 TV든 매체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먹방 영상을 소비하게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무슨 소리냐고?  

유튜브를 켜면 나오는 먹방 영상.


많이 먹어도 날씬해야 한다는 환상


언젠가부터 많이 먹는 게 미덕이 됐다. 정확히는 많이 먹어도 날씬한 게 미덕이 됐다. 


가수 박보람은 다이어트로 유명해졌다. 데뷔작 '슈퍼스타 K' 때 보다 32㎏을 뺐다. 하지만 요즘 박보람 연관검색어는 먹방이다. 원나잇푸드트립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음식점 한 곳에서 2인분을 먹어치웠다. 그래도 박보람은 여전히 말랐고 10~20대의 워너비 몸매다.

곱창, 김부각을 유행시킨 아이돌 그룹 마마무의 화사도 마찬가지다. 곱창 5인분을, 간장게장 3인분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화제였다. 촬영이 많아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했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이 보는 건 그 한끼 뿐이다. "화사는 엄청 많이 먹는데도 날씬해"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mbc 캡쳐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윤은혜가 연기한 고은찬은 앉은자리에서 짜장면 10그릇에 탕수육까지 먹어치운다. 근데 말랐다. 매회 먹는 장면은 화제였지만 "윤은혜가 음식을 삼키는 장면은 정작 안 나온다. 입에서 우물우물하다가 뱉았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나왔다.

먹방으로 유명한 밴쯔는 한 번에 라면 10개를 끓여먹을 정도로 많이 먹지만 근육질 몸매를 유지한다. 하루에 먹방 한끼 정도만 많이 먹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운동을 한다고 한다. 혹자는 자기관리를 제대로 한다고 말한다.


밴쯔는 직업이니 그렇다쳐도 일반인들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배가 찢어질 때까지 먹을 필요도, 그렇게 먹고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3~10시간을 운동에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은 한꺼번에 짜장면 10그릇, 곱창+볶음밥 5인분을 한꺼번에 먹어치우기는 어렵다. 그럴 필요도 없다. 많이 먹었는데 살이 안 찌는 것도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대사량이 남들보다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일정량을 넘기는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 


폭식은 섭식 장애다. 권장해야 할 게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폭식을 고치는 첫 걸음은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많이 먹고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을 미디어에서 심어줘선 안된다. 


영국 암연구소(CRUK)는 정크푸드의 광고 효과를 측정해봤다. 대다수 어린이가 패스트푸드 광고를 접하면 배고픔을 느낀다고 답했다. 패스트푸드 광고를 시청하면 비만지수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은 패스트푸드 광고를 규제하고, 한국도 오후 5~7시 사이 고열량 식품 광고를 제한한다. 


먹방 주인공이 늘 날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카메라 뒤에서 다이어트를 하건, 구토를 하건, 운동을 미친 듯이 하건 카메라 앞에서만은 잘 먹지만 날씬한 이미지로 남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이런 먹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음식을 많이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고 있을 지 모른다. 많이 먹는 게 좋은 거고 동시에 날씬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뚱뚱하니까 많이 먹는다?
@맛있는 녀석들 방송

맛있게 잘 먹는 게 아니라 많이 먹는 게 미덕이 된 세상을 만드는데 먹방 제작 방식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살집이 있는 사람은 "뚱뚱하니까 많이 먹는다", 날씬한 사람은 "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라는 식으로 포지셔닝해야 눈길을 끌 수 있다.


고도비만이라 살을 뺐던 연예인들이 다시 살을 찌우는 경우가 있다. 식단조절, 운동을 지키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캐릭터가 사라졌다"라는 직업적 고민 때문도 많다. 살이 빠지자 어중간한 캐릭터가 됐다는 것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모든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 수 있다는 식으로 단순화해 방송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우리도 모르는 새 "배고프지 않아도 우울하니까" "배고프진 않지만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맘껏 먹자" 하는 식으로 감정식사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니저와 연예인 관계를 조명하겠다던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어느새 이영자 먹방이 됐다. 최근에 합류한 신현준의 분량도 대부분 매니저의 먹방으로 채워졌다. 제작진도 잘 나가는 소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먹방으로 대리만족한다는 사람도 많다.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해 폭식을 막아준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폭식은 질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폭식하고 죄책감에 구토를 한다. 거식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괴감에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폭식으로 비만이 되면 합병증이 따라온다. 


국가가 간섭할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국민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이렇게 먹다 죽을래요" 할 수도 있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오버하지 마세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람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디어는 조금 더 세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단지 개인의 선호로만 보기에는 건강과 직결되고 주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먹방 규제가 한 프로그램에서 먹는 장면은 몇 번 이하로 나와야 하고, 몇 분 이상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안되고 같은 방식이어선 안될 것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적당한 양으로 먹는 걸 보여주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특이한 다이어트 식단 총정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