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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Jul 30. 2018

힘 안 들고 식탐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숙제가 아닌 나와의 상담 시간

음식줄이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단일기를 쓴다. 사실 일기라고 말하긴 어렵고 그날 먹은 걸 적어두는 정도다. 내가 정한 몇가지 룰을 지켰나 살펴보기 위한 도구다. ① 식사 시간을 잘 지키고 있나 (하루 8시간 섭취, 16시간 단식) ② 물을 잘 마시고 있나 (하루 1리터)….


내가 해본 방법 뿐 아니라 전문가가 추천하는 식사일기 쓰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to do 리스트


체킹은 필요 없었지만 to do 리스트 형식으로 작성했다. 식단을 미리 적어놓고 체크한 것은 아니다. 그날 먹은 걸 순차적으로 기록한 방식이라 사실 1,2 같은 번호를 매겨도 상관없지만 to do 리스트 형식이 익숙했기 때문에 활용했다. 대신 정해진 룰을 지키지 못한 날은 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to do 리스트 장점: 계획이 구체적인 경우 달성 여부 체크가 쉽다. 예를 들어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운동일기는 미리 날짜를 써두고 달성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


to do 리스트 단점: '달성했다=지운다' 라는 쾌감 때문에 실행 가능한 계획만 세울 수 있다. 한 가지 항목에 대해서도 100% 아닌 80% 정도만 해도 완료했다고 스스로 합리화할 수 있다.


to do 리스트 보완: 해야할 일과 결과까지 함께 쓴다. 예를 들어 'ㅁ8:00pm 발레수업' 만 쓰는 게 아니라 'ㅁ8:00pm' 발레수업→발 포지션 5개 완성' 이렇게 어떤 일을 해서 얻어야 하는 결과까지 적어두는 것이다. 체크박스는 당연히 결과를 얻어냈을 때만 체크할 수 있다.


메모앱 추천: 구글 keep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고, 카테고리를 나눠서 라벨을 붙여 분류할 수 있다, gmail을 쓴다면 접근성이 좋다), 에버노트(keep이 가진 기능을 모두 쓸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도 할 수 있다) .


감정까지 함께 쓰는 '식사일기'

하지만 식사일기를 쓸 때는 단순히 사실만 나열하기 보다 '감정'과 '생각'까지 담는 게 좋다고 한다. 나도 아직 해보지 못한 방법이지만, 조만간 예쁜 일기장(이 있어야 의지가 생기지 >.<)을 사서 써보려고 한다. 먼저 감정까지 담은 식사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왠지 예쁜 공책에 써야할 것 같지만 메모앱에 작성하면 간편하고 어디서든 적어둘 수 있다.

"일기를 쓰는 시간은 자신이 선택한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마음챙김의 시간이다. 일기를 통해 어떤 감정이 당신을 음식으로 내몰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수잔 앨버스 '감정식사' 중)"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글쓰기 효과를 연구하면서 글쓰기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눴다. 일기라는 형식은 같았지만 내용이 달라지면서 결과도 달라졌다고 한다.


① 사건과 관련한 사실에 관한 일기

② 사건과 관련한 감정에 관한 일기 → 트라우마의 부정적 징후 높아짐

③ 사건과 관련한 감정과 생각에 관한 일기 →트라우마가 자신의 인생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다줬다는 생각을 하게 됨.


식사일기를 쓰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 전에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로버트 플루칙이 만든 '감정의 수레바퀴'라는 표를 참고해 시작하면 좋다.


비슷하지만 강도나 표현이 다른 감정을 색깔별로 모아놨다. 예를 들어 노란색 황홀은 기쁨, 평온과 비슷하지만 강도나 느낌이 다른 감정이다.

한글로 풀어진 자료가 없어 slow news의 그래픽을 빌려왔다. 원문은 http://slownews.kr/cards/23149.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식사 일기에서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나만 해도 to do 리스트에 그날 먹은 식단을 기록할 때 아주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꺼려졌다. 그 음식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걸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 20알을 먹었을 때, 블루베리 20알이라는 구체적인 표현보다 블루베리 라고만 쓰는 게 좋았다. 블루베리 20알은 일단 많이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나중에 열량을 따지다 보면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식사일기에 담을 내용은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수잔 앨버스가 권하는 항목이 있다.


① 언제: 감정을 인지한 시간 또는 음식을 먹은 시간

② 어디서: 누구와 함께

③ 공복감 수준: 1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평가 (1은 전혀 배고프지 않음, 10은 몹시 배고픔)

④ 음식: 무엇을 먹었는지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적는다. 하지만 이 항목은 주된 초점이 아니다.

⑤ 먹기 전의 감정: 음식을 먹기 전의 기분. 가급적 솔직하고 자세하게 서술한다.

⑥ 먹기 후의 감정: 음식을 먹은 후의 기분. 가급적 솔직하고 자세하게 서술한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어떤 기분인지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후 2시30분. 사무실에서 혼자 젤리를 뜯어 먹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다. 점심을 먹은 직후라 배고픔은 1정도? 나도 모르게 80g짜리 한 봉지를 다 먹었다. 먹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일이 진척 안돼 짜증났다. 먹고 나니 약간 기분이 풀어지는 것 같긴 했지만 입안에 단맛이 돌고 텁텁해 물을 마셨다. 젤리 한봉지를 순식간에 먹었다는 사실에 또 짜증이 났다'라고 썼다고 하자.


우선 '짜증났다'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렸지만, 감정의 수레바퀴를 참고해 좀 더 세밀하게 쓰면 좋다. 일을 완수하지 못할까봐 '불안했다' 라든지, 상사가 빨리 하라고 자꾸 채근해서 '화가 났다' 든지.


그리고 그 이전 일기에도 비슷한 감정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저번주 일기에서부터 등장한 동일한 일인지 (이런 경우 마감을 앞두고 생기는 불안함이 젤리 먹기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다), 그때 감정은 어땠는지 (마감 일자가 넉넉할 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는데 마감이 며칠 안 남자 짜증이 더 심해졌을 수 있다)를 살펴보면 지금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일기를 왜 쓰나 싶을 때가 있다. 가계부를 쓰나 안 쓰나 지출이 같다는 생각에 가계부를 안 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가끔 왜곡된다. 특별히 먹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도 써놓고 보면 의외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먹고 있을 수 있다.


매일을 기록한다는 것, 기록의 변화를 본다는 것, 기록에서 내 감정을 찾아낸다는 것, 그 감정을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꾼다는 것. 이것이 일기의 효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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