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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Aug 10. 2018

김 없는 태국이 김과자 천국된 이유

역사 없는 제품은 없다

(*김과자 이야기는 조금만 내리면 아래에 있어요!)


나는 원래 소비를 별로 안 좋아했다. 구두쇠라기보다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옷이나 화장품을 사는 것도 아니고 전자제품 덕후도 아니었다. 돈 쓰는 걸로 스트레스 푼다고 해봐야 맛있는 걸 먹거나 책을 사거나 필기구를 구비하는 정도였다.

아직도 중고생 마냥 SAKURA 펜을 산다. 동아에서 나오는 살짝 얇은 파스텔톤 형광펜은 줄 긋기 짱. LIVE Color DIY 제품을 사곤 스스로에게 '잘샀어 상'을 줬다.


사회초년생 시절 몇달간 기획시리즈에 동원(!)됐을 적엔 교통비나 고정비 빼고 한달에 3만원만 쓴 적도 있다. 점심, 저녁 모두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 3만원은 둘둘치킨 2마리를 시켜먹은 값이었다. 물론 그때는 워낙 아기(!)니까 선배들이 점심, 저녁을 사준 적도 많았다. 식비를 빼고 딱히 돈을 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이탈리아 갔다와서 '이탈리아병 (삼시세끼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해봐야 파스타-만 먹으며 토마토, 올리브오일, 후추에 집착하는 병)' 걸렸을 때 그릇(이라고 해봐야 4인 식기 12장에 3만원짜리)을 사면서 소비에 눈을 떴다. 물론 지금도 큰 돈을 막 쓰진 않는다. 아직은 돈 쓰는 재미를 잘 모르겠다.

이마트에서 세일할 때 냉큼 집어온 제이미올리버가 만들었다는 접시 세트.  

궁금하면 위키피디아나 이것 저것을 뒤져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까? 소비를 하면서도 물건이나 서비스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재밌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역사 없는 제품은 없다'라는 것. 사랑을 받건 못 받건 제품이 나온 건 이유가 있어서다. 심지어 사랑을 받거나 못 받는 것도 이유가 있다.


태국 관련 기획을 하다가 코트라에서 만든 자료를 보게 됐다. 태국 김과자에 관한 것이었는데 무지 흥미로웠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봤다. 태국 김과자 시장의 비밀!


'김과자'는 태국에 가면 꼭 사야할 기념품 상위에 있는 제품이다. 김을 튀기거나 굽고 바비큐, 고추냉이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해 과자로 만들었다. 주로 밥 반찬으로 김을 먹는 한국과 달리 태국에서는 스낵 형태로 먹는다. 김과자는 열량이 낮으면서도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한 과자'로 자리매김했다.

타오노케이에서 나오는 김과자. 귀여운 마스코트가 눈에 띈다.

현재 태국 김과자 시장의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태국에서 김과자가 유행한 건 2004년 즈음. 지금은 매출 1500억원이 넘는 태국 식품 회사 '타오케노이'에서 출시한 김스낵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10여개 업체가 김 과자를 생산한다. 여전히 태국 김과자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타오케노이 창업자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타오케노이 홈페이지

타오케노이의 CEO인 톱 잇티빳 삐라데차빤이다. 올해 33세인 그는 17세였던 2002년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했다. 타오케노이는 19세에 창업했다.


창업하기 전 그는 게임 중독에 빠졌다. 온라인게임 대회에서 40만바트(약 1300만원)을 벌기도 했다. 2002년 학교를 그만두고 가판에서 군밤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닥친 아시아 금융위기로 그의 집안은 파산했다. 가족 모두가 중국 상하이로 옮겼지만 그는 홀로 태국에 남아 군밤을 팔았다. 이후 군밤 판매 사업을 확장해 월매출 1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방콕에는 타오케노이 제품만 파는 타오케노이랜드가 곳곳에 있다. @TAOKAENOI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2004년에 타오케노이를 설립하고 김과자를 만들었다. 1년만에 태국 내 최대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만들어냈다. 잇티빳의 성공스토리는 2011년 영화 '빌리어네어'로 만들어졌다. 현재 그의 재산은 4억달러(약 450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태국 마트 어딜 가도 김과자 전용 매대를 볼 수 있다.

이런 김과자, "한국이 거기서 왜 나와?" 할 정도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코트라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부경대 등의 자료를 참고했다.


1. 태국에는 김이 없다?


김을 양식하려면 수온과 조도 등 기후 조건이 중요하다. 태국은 열대몬순기후라 김을 생산하기 어렵다. 대신 원료 대부분을 수입한다. 전 세계적으로 김을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는 중국, 한국, 일본이 절대 다수다.


2. 태국 김과자 대부분 한국산?


이런 상황이라 태국 김과자는 수입산 김 원료로 만든다. 김과자를 만드는 유명 태국 브랜드 타오케노이, 시리코, 트리플엠 등은 한국산 김 원료를 쓴다. 태국은 김 원료 수입을 해마다 늘리는데 수입량의 80% 가량이 한국산이다. 2006년까지 중국산이 대다수였으나 2007년부터 한국산 수입이 늘었다.


코트라는 한국산 김이 인기 있는 이유로 ① 다른 나라에 비해 공급물량이 월등히 많고 ② 청정 해양지역에 있고 ③ 중량과 가격이 모두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국 김브랜드 <Masita>는 한국어 '맛있다'에서 따왔고 포장지 귀퉁이에돋 적어뒀다. @Masita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현지 바이어는 "중국산 김 원료는 과자로 만들었을 때 두께가 두꺼워 식감이 좋지 않은 편이고, 일본산은 품질이 좋지만 자국 소비가 많아 공급 물량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상반기 농수산식품 수출액을 집계해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8% 늘었다. 참치와 김 등 수산가공품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3% 증가했다.


3. 김과자 마케팅은 한류 스타가?


태국 맥주 회사 '싱하'가 만든 김 브랜드 '마시타(masita)'. 한국어 '맛있다'를 차용해 만든 이름답게 포장지 귀퉁이에 '맛있다'라는 한국어가 적혀있다. 이 때문인지 마시타는 주로 한류 스타를 광고모델로 쓴다. 슈퍼주니어 규현, NCT 등이 모델로 활약했다. 타오케노이도 과거 2PM, 갓세븐 등을 김과자 모델로 썼다.

태국 김과자 포장지에 등장한 슈퍼주니어 규현. 라디오스타에서도 언급됐다. @Masita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해부터 마시타 브랜드 모델이 된 아이돌그룹 NCT

김 한 장 나지 않는 태국이 글로벌 김 시장에서 오히려 덕을 본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원료를 수입한 후 과자 형태로 가공해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한다. 중국, 미국 등으로 매년 5000만달러(약 561억원) 이상을 수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원료를 수입한 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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