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리필에 대처하는 자세 #01
나름대로 음식중독 치료를 하면서 맞닥뜨린 큰 도전. 바로 무한리필! 음식이 많고 많은 뷔페식은 가장 경계했던 식단이다.
끝없이 나오는 음식을 보면서 과연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라면 무한리필 음식점에는 안 가는 게 답이겠지만 사람 마음이 또 그렇지 않다.
맛있어 보여서, 실컷 먹고 싶어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하니까…. 이유는 참 다양하다. 즐겁게, 적당히 먹으면 무한리필도 나쁘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무한리필 시리즈를 5~6편 정도 쓰려고 한다. 무한리필에 대처하는 마음 가짐 3가지를 소개한다. 첫 장소는 10대들의 인싸템 '두끼 떡볶이'.
두끼떡볶이 가격은 성인 8900원, 중고생 7900원, 7세 미만 3900원이다. 떡 10종류, 어묵, 튀김 4종류, 볶음밥, 다양한 채소 등 메뉴는 나쁘지 않다.
대신 1시간 30분 안에 먹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떡볶이 끓이는 시간을 감안하면 의외로 빠듯한 시간이다. 누군가는 차라리 일반 음식점에서 9000원짜리 1인분 메뉴를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식집에서 먹는 떡볶이가 1인분에 보통 2000~3000원 정도 한다. 어묵, 튀김 등 이것 저것 더한다고 해도 1인당 8900원보다 적게 나올 때가 많다. 여러명이 가서 나눠 먹으면 인당 6000~7000원 가량이다. 물론 가격이 다소 비싼 스쿨푸드 등에서는 다르겠지만.
어차피 본전은 못 뽑는다. 평균 방문 손님과 원가 등을 계산해 나온 가격이다. 많이 남기지 못할 수 있으나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사람에 따라 8900원치보다 많이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적게 먹는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자. 본전 뽑자는 생각 대신 맛있는 걸 내가 먹고 싶은 방식으로 먹는 것에 의미를 두자.
맛이 없다는 게 아니다. 앞서 말한대로 떡 10종류, 어묵, 순대, 튀김 4종류, 다양한 채소, 5~6가지 소스 등 떡볶이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재료가 있다. 먹고 나서 볶음밥을 해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을 수도 있다. 유튜버 '맛상무'는 재료를 활용해 순대볶음을 만들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릇에 담는다. 하지만 두 번 먹을 건 없다. 배가 불러오기도 하고, 다음 음식을 해먹어야 하기도 하고….
의외로 뷔페가 그렇다. 한바퀴 돌고 나면 먹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씩 먹어보다보면 배가 부르다. 섞어서 먹다보니 뭐가 맛있는지 기억이 안나기도 한다. 결국 떡, 어묵, 소시지를 기본으로 하고 튀김 몇 점을 먹으면 끝이다.
내가 아는 그 떡볶이 맛이다. 재료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정해져 있다. 그러니 많이 먹는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토핑을 좋아하는 만큼 담아먹는데 의의를 두자.
떡볶이를 먹으면서 건강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매운 양념, 비싸지 않은 식재료,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단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무한리필이라면 많은 양을 먹을 확률도 높으니 건강에 좋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던 음식이라 익숙하고, 누군가와 함께 먹는 재미가 있고, 무한리필이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매 끼니를 먹는 게 아니라면 건강에 크게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배부르면 그만 먹자.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생각해보면 굳이 꾸역 꾸역 먹을 이유가 없다. 맛있게, 적당히 배부르게 먹었다면 딱 좋다.
돈이 아까워서, 뭔가 더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먹지는 말자. 굳이 튀김 한두 개 더 먹는다고 내게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건강에는 나쁘고, 더 먹겠다고 집어와서 남기면 환경에도 안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까 더 먹을걸" 하는 생각에도 의미를 두지 말자. 시간이 지나 소화가 된 것 뿐이다. 다른 걸 먹을 수 있는 새로운 내일이 온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무한리필의 장점은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게 아니다. 다양한 종류를 마음대로 골라 원하는 방식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한리필이 주는 자유를 폭식과 맞바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