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 블루 37.2
현실 속 기적을 꿈꾸었던 베티의 필연적 비극
작가 지망생 ‘조그’는 관능적 여인 ‘베티’와 사랑에 빠진다. 둘의 사랑은 금방 불타오르고, 화려하게 타는 불꽃이 그러하듯이 그 정열은 오래지 않아 사그라들고, 삶의 무료함을 느낀 베티는 조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일에 또다시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불가능한 임신을 꿈꾸며 가슴속의 헛된 불만 지피고, 결국엔 자해를 통한 파국에 이르게 된다. 매 순간 탐닉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야만 성이 차는 베티는 무모하게 그녀의 삶을 타오르는 불길 속에 내몰고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
37.2도 난자와 정자가 수정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온도이자, 오르가슴 순간의 온도이기도 하다. 둘의 육체적 쾌락의 에너지가 생명으로 전이되는 그 순간의 온도. 절정의 순간에서 또 다른 삶의 국면으로 전환되는 그 순간이 영화적으로 포착되었고, 그로 인한 두 남녀의 파국이 영화 속에 그려졌다.
피임 루프를 착용한 채 임신을 바라고, 임신이 되지 않아 정신적 파멸로 이르는 베티. 그녀는 과연 무엇을 바라는 것이었고, 아이를 낳고는 싶었던 것일까? 그녀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만을 바라고, 그로 인한 공허한 상실감을 느낀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만을 바란다는 점에서 스스로 삶을 파국으로 내몰고 있었으며, 결국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베티는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현실적 바람과 행복이 자신에게 닿지 않을 것임을. 그랬기에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만을 바라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기적만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불길을 향해 마차를 타고 달리는 파에톤처럼 결국 그녀는 공허한 가슴을 태우며 불길에 타 죽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