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지에 좋은 공감이 화답한다.
그 시절, 나는 허브를 키웠다.
애플민트, 파슬리, 바질, 로즈마리.
네 가지를 동시에.
처음엔 단순했다.
집에서 파스타나 피자를 만들어 먹을 때
싱그러운 허브를 뿌리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파종을 거듭할수록 욕심은 커졌다.
화분은 거실을 넘어 작은 방까지 차지했고,
집 안은 어느새 작은 정원이 되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뻗어나가는 줄기.
새로 돋아나는 잎사귀.
그걸 지켜보는 일은 무료했던 내 삶에
묘한 즐거움과 동기를 주었다.
그 시절 나는 지쳐 있었다.
사람에게 실망한 날이 많았다.
말로만 위로하는 세상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런데 말없이 푸르른 이 아이들이
나를 위로했다.
아무 말도 없는데, 오히려 그게 좋았다.
특히 애플민트.
그 생명력은 놀라웠다.
빛을 향해 뻗어가는 의지가 대단했다.
자신의 무게에 휘어져도,
다시 고개를 들어 빛을 향했다.
경쟁은 치열했다.
빛을 많이 받은 줄기는 키가 크고 잎이 넓었지만,
뒤처진 줄기는 왜소했다.
뿌리는 더 놀라웠다.
화분의 흙을 다 차고도 부족한 듯,
엉켜 있는 뿌리들을 분리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파종할 때 뿌리만 남겨놔도,
그 자리에서 다시 잎을 틔웠다.
나는 그 의지에 반응했다.
물을 주고,
빛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주고,
화분을 옮기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았다.
손이 많이 갔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허브들이 절정에 이른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현관을 열자마자
온 집 안을 뒤덮은 향이 나를 멈춰 세웠다.
달콤하고, 싱그럽고,
어쩌면 천국이 이런 냄새일까 싶은 향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무심코 애플민트 쪽으로 다가갔다.
“고맙다.”
말은 안 했지만, 눈빛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손끝으로 살짝 터치한 그 순간—
더 강렬한,
더 황홀한 향이 터져 나왔다.
나는 웃고 있었다.
심장이 설레었다.
손길이 이어졌다.
향기는 더 진해졌다.
우린 말없이 교감하고 있었다.
아니, 공감하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공감은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의 의지가 이들에게 닿았고,
그들의 반응은 향기로 돌아왔다.
나는 기쁨을 주었고,
그들은 희열을 주었다.
나는 그 잎으로
아이스크림을 장식했고,
모히또를 만들어 마셨다.
처음엔 먹으려고 키웠는데,
그때는 향을 뿜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야 황홀한 향기를 준 이유를 알았다.
공감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 의지가 달라졌고,
그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공감은 이렇게 이어진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나의 의지는 주변에 영향을 준다.
그들이 반응할 때,
우린 함께 존재한다.
좋은 공감을 얻으려면
늘 좋은 의지를 품어야 한다는 걸
나는 애플민트에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