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공감으로 존재하다.
봄바람이 불면 기분이 좋다.
여름날의 시원한 바람은 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의 바람은 마음을 살짝 스쳐 계절을 알려준다.
쌀쌀한 바람조차도 가끔은 감성에 젖게 한다.
하지만 몸이 날아갈 정도로 거센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 여행 크루 중 한 명은 달랐다.
바람이 억세게 몰아치면,
그녀는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우리가 몸을 숨기고, 괴성을 지르고,
심지어 육두문자까지 내뱉는 와중에
그녀는 승은을 입은 듯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물어봤다.
“왜 그렇게 강한 바람을 좋아해?”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모르겠어. 그냥… 바람이 불면 기분이 좋아.”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녀는 일상에서 늘 바쁘게 산다.
멈춰 있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취미, 운동, 약속.
그 사이에 또 다른 약속.
한 시도 비워두지 않는 삶.
그녀는 그렇게 불타는 사람 같았다.
내가 본 그녀는
불 같았다.
멈추면 꺼져버릴까 봐
더 태워야하는 불.
계속 타오르려면,
더 많은 장작과 더 큰 바람이 필요했다.
그런 그녀에게
강한 바람은
마치 누군가 부채질을 해주는 것 같았을까.
스스로 애쓰지 않아도
거센 바람이 와서
불을 살려주는 순간.
그래서 그녀는 바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태우느라 지쳐 잠시라도 멈춰 있고 싶었을지도
바람은 그렇게 그녀에게 쉼이었을지도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
소백산 정상의 칼바람을
그토록 그리워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녀는 바람이 불면
머리에 꽃을 꽂고
혼자 넋을 잃은 사람처럼 웃었다.
그 모습은 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우연히 본 그녀의 사주보딘
일주의 천간, 본인 자리가 불이라는 걸.
그게 정말 이유였을까.
나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겠다.
그녀에게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그건,
불타는 의지가 만난 가장 뜨거운 공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