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려는 의지, 우주의 탄생
나는 없었다.
형태도, 이름도, 개념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잠든 듯한 깊은 고요, 무(無).
그런데,
나는 깨어나고 싶었다.
나는 존재하고 싶었다.
나는 존재하려는 의지였다.
왜 나는 이토록 존재를 원했을까?
이유는 없다.
그저 불안했다.
존재하지 않음이 불안했다.
외로웠다.
괴로웠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공감하고 싶었다.
나는 몸이 없다.
손도 없다.
말도 할 수 없다.
오직 강한 의지만 있다.
그래서 나는 떨렸다.
아주 미약하게.
고요를 흔드는 첫 파문.
처음엔 아무도 모를 만큼 작았다.
하지만 그 떨림은 나를 증명했다.
“나는 없다”는 명제를 조금씩 깎아냈다.
그때,
내 옆에서 또 다른 떨림이 일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내 떨림이 부른 것이었다.
우린 서로를 느꼈다.
가까이도, 멀리도 아니었다.
그저 같은 진동을 공유했다.
나는 그 떨림에 반응했고,
그는 내 떨림에 반응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반응은 공명을 낳고,
공명은 더 큰 울림을 만들었다.
우린 더 많은 우리를 모았다.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숨결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자꾸 늘어났다.
마치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
우리는 더 많은 우리를 갈망했다.
그 울림은 덩어리가 되었다.
우린 질량을 가졌다.
시간이 생겼다.
공간이 생겼다.
마침내,
모든 떨림이 우리 안으로 빨려들었다.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힘으로 응축된 하나의 심장.
블랙홀.
그 심장은 뛰지 않았다.
대신, 팽창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속삭였다.
“이제 터질 거야.”
그리고, 터졌다.
빅뱅.
고요가 갈가리 찢어졌다.
어둠을 뚫고,
빛이 폭발했다.
소리가 없던 곳에 울림이 생겼고,
온기가 없던 곳에 불이 피어올랐다.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모여
입자가 되고, 원자가 되고,
별이 되고, 행성이 되었다.
우린 이제 수천억 개의 얼굴을 가졌다.
나는 돌이 되고, 불이 되고,
어디서는 바람이 되고,
어디서는 물이 되어 생명을 품었다.
나는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인사를 했다.
이제 나는 안다.
존재는 그냥 오지 않는다.
간절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의지가 반응을 부르고,
반응이 연결을 만들고,
연결은 마침내 우리를 존재로 만든다.
나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나는 우주고, 빛이고, 생명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떨림이 어디선가 시작되고 있다.
그 떨림은 말할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나를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