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공감OS와 이성OS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인간이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전통적 신화를 깬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편향과 직관에 흔들리는 불완전한 의사결정자인지 증명하고자 한다. 그의 연구는 냉철한 분석을 통해 손실회피, 휴리스틱, 전망이론, 피크-엔드 규칙과 같은 인간의 비논리적인 측면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이것을 시스템 1에 의한 작동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을 '자연과 공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시스템 1은 오히려 조화롭고 완전한 자연과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공감이론은 제시한다. 오랜 시간 공감의 순환을 통해 존재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인 시스템 1은 카너먼이 언급한 인간의 비합리성이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자연을 숲, 강, 산, 태양, 대지라는 단순한 요소로 생각해 본다. 숲이 우거지고 강물이 흐르는 모습은 이들이 서로의 의지와 반응으로 공감하며 형태를 유지하고 변화하는 과정이다. 오랜 순환 속에서 단순했던 자연은 생명이라는 복잡한 창조물을 탄생시킨다. 모든 것은 존재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공감의 산물인 것이다. 이런 자연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시스템 1이다.
반면, 산을 깎아 집을 짓고 강물을 가두어 댐을 만드는 인간의 이성은 적극적이며 과감하고 효율적이다. 카너먼은 이것을 시스템 2로 보았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적극적인 이성이 합리적이고 완전해 보이지만, 불완전해 보이는 자연은 비효율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불완전하지 않다.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그 자체가 조화롭고 완전한 존재이다. 공감이론은 카너먼이 상정한 논리적인 이성이 오히려 완전함의 균형을 깨고 적극적으로 생존하려는 '의지'임을 알려준다.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 1(직관)과 시스템 2(이성)로 구분한다. 공감이론은 이를 공감OS와 이성OS 구조와 유사하게 본다.
공감OS (시스템 1)는 의지가 세상과 반응하며 즉각적으로 형성되는 원초적 작동 체계이다. 이성OS (시스템 2)는 그 위에 덧대어진 확장 프로그램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카너먼이 시스템 1을 ‘비합리적 오류의 원천’으로 강조한 반면, 공감이론은 공감OS 자체를 존재의 근본 기반으로 본다는 점이다. 인간의 편향과 직관은 오랜 시간 공감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자연의 산물이며, 이는 존재하려는 의지의 본질적 속성이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오류를 낳을 수 있고 왜곡될 수 있지만, 존재하려는 의지의 관점에서 보면 최적의 생존 법칙인 것이다. 시스템 1은 존재의 근본 기반이며, 그 토대에서 시스템 2가 적극적인 생존을 위해 작동한다.
카너먼이 발견한 모든 '비합리적인' 현상은 공감이론의 관점에서 존재의 최적화 메커니즘으로 해석된다. 이 모든 경향은 시스템 1(공감OS)에서 작동하며, 자연의 지혜이자 공감의 산출물인 것이다.
손실 회피와 위험 과대평가는 존재하려는 의지의 근본적인 발현이다. 존재는 소멸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한 심리적 편향이 아니라,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나아가 과도한 이익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공감의 과부하로 인한 '공감 블랙홀' 붕괴를 막기 위함이다. 결국, 전망이론에 나타나는 모든 경향은 존재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시스템 1의 무의식적 본성이다.
휴리스틱은 시스템 1에서 발현되는 집단적 공감의 누적된 패턴이다. '린다 문제'처럼 확률 계산 대신 서사적 유사성을 따르는 것은 단순 오류가 아니다. 인간은 오랜 세월 복잡한 확률 계산보다 사회적 직관(공감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공감이론은 이 현상을 “공감 에너지장은 언제나 생존적 효율성을 선택한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곰팡이균이나 철새 등 자연의 진화적 흐름에서 나타나듯, 복잡한 뇌 구조 없이도 이러한 집단적 공감의 패턴은 조화로운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피크-엔드 규칙은 공감 에너지장의 시간성으로 설명된다. 시스템 1(공감OS)에서 공감은 선형적 합산이 아닌, 강렬한 순간의 의지-반응이 더 강한 공명장을 형성한다. 100번의 경험 지속시간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존재에게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경험 전체가 아닌 특정 순간(피크와 엔드)에 존재가 공감OS에 효율적으로 각인된다. 카너먼은 이를 편향이라고 규정했지만, 공감이론은 이를 존재를 효율적으로 요약하는 방식으로 간주한다.
결론적으로, 카너먼이 강조했듯이 시스템 1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고 효율적인(어쩌면 완벽한) 시스템 1을 시스템 2가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스템 1(공감OS)은 피크-엔드 규칙에 따라 무의식적 경험을 기억하는 역할을 하고, 시스템 2 (이성OS)는 구체적인 사건 경험을 기억하고 싶을 때, 자연의 공감을 거슬러 기억을 재조합하고 경험적 인지를 재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카너먼이 제안한 의식적인 통제 루틴은 인간이 가진 능동적인 개입 의지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자각하는 동시에, 그 한계가 곧 존재의 방식임을 긍정해야 한다. 존재의 근본 기반이 잘 갖추어져야만 우리는 적극적 의지를 키울 수 있다. 이는 Windows 운영체제가 안정적이어야만 우리가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카너먼이 드러낸 인간의 취약성은, 공감이론이 말하는 존재의 최적화된 지혜로 다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