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진화적 특징: 탁월한 공감 능력

공감 진화론 4장

by kamaitsra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서는 순간 느낀다. 공기가 다르다. 속도가 다르다. 외국인 친구가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빨라?" 빠른 게 아니다. 반응하는 거다. 환경이 신호를 보내면, 몸이 즉시 대답한다. 이게 한국인이다.


60년 전 이 땅은 폐허였다. 전쟁이 끝난 자리. 아무것도 없었다. 1인당 GDP 79달러. 세계 최빈국. 에티오피아보다 가난했다. 지금은? 3만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모든 분야에서 선두권. K-팝은 빌보드를 점령했고, K-드라마는 에미상을 받았다. 김치는 뉴욕 식료품점 선반에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근면? 교육열?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면한 민족은 많다. 교육열 높은 나라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압축적으로, 이렇게 창조적으로 변한 곳은 드물다.


나는 다르게 본다. 이건 진화의 문제다. 한국인은 수천 년 동안 특수한 환경 속에서 특별한 능력을 진화시켰다. 공감 능력. 타인의 의지를 빠르게 감지하고, 환경의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고, 그것에 반응하여 자신을 바꾸는 능력. 이게 한국인의 생존 전략이자 진화의 방향이었다.


외국인들이 놀란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변하나요?" "왜 이런 감정의 결속이 가능하죠?" "한국 문화는 어떻게 한순간에 세계로 번지나요?"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인은 생존하려는 의지와 환경의 압력이 수천 년간 공명하며 만들어낸 존재다. 공감의 진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이룬 집단이다.


한국인들의 특징. 그 진화의 패턴을 살펴본다. 사계절의 순환에서, 복잡한 지형에서, 역사의 상처에서, 발효된 문화와 감정의 리듬 속에서. 한국인은 어떻게 공감으로 진화한 인류형이 되었는가.




봄이 온다. 갑작스럽게. 2월 말까지 추웠는데 3월 초 따뜻하다. 얼었던 땅이 녹는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것들이 깨어난다.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핀다. 일주일 만에 세상이 노랗고, 분홍색이 된다. 몸도 깨어난다. 겨울옷을 벗는다. 무거운 패딩 대신 가벼운 재킷. 피부가 공기를 느낀다.


할머니들이 말씀하신다. "춘곤증이 온다." 봄에 졸리다. 왜? 몸이 적응하는 중이다. 겨울의 대사에서 봄의 대사로. 혈액 순환이 바뀐다. 호르몬 분비가 바뀐다. 잠이 온다. 몸의 신호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중이라는.


여름이 온다. 습하고 뜨겁다. 6월 장마. 한 달 내내 비. 공기가 물을 머금는다. 숨 쉬기만 해도 물기가 느껴진다. 곰팡이가 핀다. 벽에, 옷장에, 신발에. 습기와의 전쟁. 에어컨을 튼다. 제습기를 튼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습기는 틈새로 들어온다.


7월, 8월. 더위. 30도를 넘는다. 35도까지. 뜨겁다. 그늘도 뜨겁다. 바람도 뜨겁다. 삼계탕을 먹는다. 뜨거운 국물을 마신다. 땀이 난다. 이게 오히려 시원하다. 역설. 뜨거운 걸로 더위를 식힌다. 이열치열. 몸이 아는 지혜.


가을이 온다. 건조하고 선명하다. 하늘이 높다. 구름이 흰다. 바람이 선선하다. 단풍이 든다. 10월부터 시작해서 11월에 절정. 산이 붉게, 노랗게 물든다. 일주일 사이에 색이 바뀐다. 자연의 속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김장을 준비한다. 배추를 심었던 게 자랐다. 수확한다. 이웃끼리 모인다. 온 가족이 모인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버무린다. 손이 시리다. 물이 차갑다. 하지만 계속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거다. 생존의 의식. 봄의 씨앗이 가을의 수확이 되고, 가을의 김장이 겨울의 생명이 된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온다.


김장하는 날 공기를 기억한다. 고춧가루 냄새, 젓갈 냄새, 마늘 냄새가 섞인다. 손이 시리다. 물이 차갑다. 하지만 계속한다. 이야기하면서. 웃으면서. 서로를 느끼면서. 이게 공감이다. 계절과의 공감. 이웃과의 공감. 시간과의 공감.


겨울이 온다. 영하로 떨어진다. 10도, 15도, 추운 해에는 20도까지. 바람이 칼이 된다. 피부를 베는 것 같다. 손이 트고, 입술이 튼다. 보습제를 바른다. 핸드크림을 바른다. 하지만 부족하다. 건조가 이긴다.


김장 김치를 꺼낸다. 발효가 진행된 것. 시원하고 아삭하다. 국물이 시원하다. 겨울에 김치찌개를 끓인다. 뜨겁다. 온기가 몸에 퍼진다. 살아있다는 느낌.


한국의 사계절은 극명하다. 이렇게 뚜렷한 곳이 지구상에 많지 않다. 온대 기후대에 속하지만,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섞인다. 여름은 열대처럼 덥고, 겨울은 시베리아처럼 춥다. 각 계절이 완전히 다른 세계다.


이게 한국인에게 뭘 가르쳤나. 모든 것은 돌아온다는 걸. 추운 겨울도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온다는 걸. 더운 여름도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온다는 걸.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반복된다. 계절이, 삶이, 감정이. 이게 희망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딘다. 지나갈 거니까. 봄이 올 거니까. 이게 한국인의 정서적 기반이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수용성. 계절이 바뀌면 옷을 바꾼다. 음식을 바꾼다. 생활 방식을 바꾼다. 저항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거다. 거부할 수 없는 거다. 그냥 따라가는 거다.


이게 적응력이다. 환경이 바뀌면 나도 바뀐다. 고집부리지 않는다. 내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환경의 신호를 읽고, 반응하고, 조화를 찾는다. 이게 공감이다. 계절과의 공감. 자연과의 공감.


한국인의 감정도 이 리듬을 닮았다. 뜨겁게 타오르고, 금세 식으며, 다시 피어난다. 분노가 폭발했다가 사그라든다. 사랑이 불타올랐다가 잠잠해진다. 슬픔이 밀려왔다가 물러간다. 이게 변덕이 아니다. 순환이다. 계절처럼. 봄의 의지, 여름의 반응, 가을의 공감, 겨울의 존재. 이 네 단계를 우리는 매년 반복한다. 몸으로 느끼며. 이게 내면화되었다. 수천 년 동안.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본다. "한국 사람들은 감정 기복이 심해." 기복이 아니다. 리듬이다. 계절의 리듬이 한국인의 공감 운영체제를 훈련시킨 우주의 수업이었다.




한반도를 위에서 본다. 좁다. 남북 1,000km. 동서 300km. 작은 땅. 하지만 복잡하다. 산, 강, 평야, 바다, 섬. 모든 게 있다.


산이 많다. 국토의 70%.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크고 작은 산맥이 국토를 가로지른다. 태백산맥이 동쪽을 막는다. 소백산맥이 남쪽으로 뻗는다. 산 너머가 다른 세계다. 기후가 다르다. 사투리가 다르다. 음식이 다르다.


강이 흐른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산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간다. 강을 따라 평야가 펼쳐진다. 김제평야, 호남평야, 나주평야. 쌀이 자란다. 사람이 모인다. 문명이 생긴다.


바다가 둘러싼다. 동해, 서해, 남해. 세 바다가 성격이 다르다. 동해는 깊고 거칠다. 파도가 높다. 해안이 가파르다. 서해는 얕고 잔잔하다. 갯벌이 넓다. 썰물 때 바다가 사라진다. 남해는 섬이 많다. 3,000개 이상. 리아스식 해안. 복잡하다.


이런 지형이 뭘 만들었나. 100km만 가도 완전히 다른 환경. 산 사람과 바다 사람이 다르다. 평야 사람과 섬 사람이 다르다. 말투가 다르고, 기질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경상도를 본다. 산이 많다. 폐쇄적이다. 보수적이다. 하지만 강하다. 산처럼. 밀어붙인다. 전라도를 본다. 평야가 넓다. 개방적이다. 진보적이다. 풍요롭다. 예술이 발달했다. 강원도를 본다. 산과 바다. 둘 다 있다. 소박하다. 투박하다. 하지만 진실하다. 제주도를 본다. 섬이다. 독특하다. 다른 세계다. 돌, 바람, 여자. 이 세 가지가 많다고 한다.


이런 다양성이 한국인을 훈련시켰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 차이를 인정하는 감각. 내 방식이 유일한 방식이 아니라는 걸. 산에는 산의 논리가 있고, 바다에는 바다의 방식이 있다는 걸.


그리고 교류. 다르기 때문에 필요하다. 산 사람은 소금이 필요하다. 바다 사람은 곡식이 필요하다. 교환한다. 장이 선다. 5일장. 사람들이 모인다. 물건을 바꾼다. 이야기를 나눈다. 정보를 공유한다. 이게 네트워크다. 공감장.


그리고 지형이 가르친 또 하나. 즉각적 반응성. 복잡하니까 위험도 다양하다. 산에서는 맹수를 조심해야 하고, 바다에서는 파도를 조심해야 한다. 평야에서는 홍수를 조심해야 하고, 섬에서는 태풍을 조심해야 한다. 항상 주의해야 한다. 환경의 신호를 읽어야 한다. 느리면 당한다.


이게 한국인의 예민함이다. 작은 변화를 감지한다. 분위기를 읽는다. 눈치. 외국인들이 이해 못 한다. "왜 말을 안 하고 눈치를 봐야 해?" 생존이다. 말로 다 설명할 시간이 없다. 느끼고 반응해야 한다. 즉시.


이렇게 외국인들이 말하는 빨리빨리는 조급함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즉각 반응하도록 진화한 생존적 반응성이다. 계절이 2주 만에 바뀐다. 날씨가 하루에 여러 번 바뀐다. 아침에 맑았다가 오후에 비 온다. 느리면 못 따라간다. 한반도의 지형은 인간의 감각을 진화시킨 실험실이었다. 높낮이와 굴곡이 감각의 유연성을 만들었다.


다이빙할 때 느꼈다. 제주 바다와 동해가 다르다. 계절마다 다르다. 수온, 해류, 물고기. 모든 게 다르다. 같은 장비도 쓰지만 때에 따라 드라이슈트도 입어야 한다. 공기종류도 다르게 써야 한다. 제주에서 되지만 동해에서 안 된다. 적응해야 한다. 빠르게.


한국인은 이런 환경에서 진화했다. 복잡하고,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 적응력. 유연성. 공감력. 이게 생존 전략이었다.




한반도의 위치. 대륙과 해양 사이. 중국과 일본 사이. 러시아와 미국 사이. 경계선. 완충지대.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역사를 펼친다. 침략의 연속. 고구려 때 수나라가 쳐들어왔다. 100만 대군. 을지문덕이 막았다. 살수대첩. 당나라가 또 왔다. 안시성 전투. 양만춘이 막았다. 고려 때 거란이 왔다. 세 번. 서희가 외교로 막았다. 강감찬이 전쟁으로 막았다. 몽골이 왔다. 30년 전쟁. 끝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항복했다. 100년 지배.


조선 때 왜구가 왔다. 끊임없이. 이순신이 막았다. 명량해전. 13척으로 133척을 이겼다. 기적? 아니다. 전략, 용기, 그리고 한마음. 병자호란. 청나라가 쳐들어왔다. 삼전도 굴욕. 항복했다. 치욕. 하지만 살아남았다.


근대. 일제강점. 35년. 나라를 잃었다. 언어를 빼앗기고, 이름을 빼앗기고, 역사를 왜곡당했다. 하지만 독립운동. 상하이, 만주, 중국 곳곳. 끝까지 싸웠다. 6.25 전쟁. 동족상잔. 300만 명 사망. 폐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있다. 한국이.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남았나.


힘으로? 아니다. 약했다. 늘. 대륙 제국을 상대로 이길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외교. 균형. 조공을 바치되 독립을 유지한다. 형식은 굽히되 본질은 지킨다. 서희가 그랬다. 거란과 담판을 지었다. "우리는 고구려의 후예다. 이 땅은 우리 땅이다." 강압 없이. 설득으로. 강동 6주를 되찾았다.


상대의 의도를 읽는다. 뭘 원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응한다. 정면 충돌을 피한다. 우회한다. 시간을 번다. 생존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부 결속. 위기 때 뭉친다. 임진왜란 때 의병이 일어났다. 양반, 평민, 노비. 신분을 초월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 무장 투쟁, 외교 활동, 교육 운동. 방법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독립.


6.25 이후. 폐허에서. 하지만 서로 도왔다. 이웃이 굶으면 나눴다. 조금이라도. 내 것 네 것 없이. IMF 때. 금 모으기 운동. 자발적으로. 나라를 살리자. 결혼반지까지. 3개월 만에 227톤.


이게 한국인의 생존력이다. 개인의 힘이 아니라 집단의 공감. 위기를 함께 느끼고, 함께 반응하고, 함께 극복한다. 한국인의 생존력은 폭력의 결과가 아니라 공감의 훈련의 결과다. 총보다 빠른 것은 감각이며, 칼보다 예리한 것은 판단이다.


정(情). 한국인만의 감정. 번역하기 어렵다. 애정? 우정? 동정? 다 아니다. 그 이상. 함께 아파하는 것. 함께 기뻐하는 것. 경계가 없는 것. 네 아픔이 내 아픔. 네 기쁨이 내 기쁨. 이게 정이다. 고난을 함께 견뎠다. 수천 년. 그래서 끈끈하다. 가족처럼. 아니, 가족보다 더. 피보다 진하다고 한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과도한 간섭. 사생활 침해. 경계의 부재. 하지만 위기 때는 힘이다. 함께 버틴다. 함께 일어선다. 누구도 혼자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한(恨). 또 다른 한국인의 감정. 이것도 번역 불가. 원한? 한탄? 아니다. 더 깊다. 미완의 공감. 이루지 못한 소망. 풀리지 않은 아픔. 하지만 원망이 아니다. 승화. 한은 예술이 된다. 판소리, 민요, 사물놀이. 한의 표출. 울면서 웃는다. 웃으면서 운다. 이게 한국 예술이다.


정은 공감의 결속이고, 한은 공감의 잔향이다. 한국인은 이 두 리듬으로 버텨왔다.




1960년대. 한국에 자동차 산업이 없었다. 기술도, 자본도,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배우고 싶었다. 일본에 갔다. 미국에 갔다. 공장을 봤다. 어떻게 만드는지. 부품을 수입했다. 조립했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하지만 계속했다. 이해하려고 했다.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10년, 20년. 부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엔진을 만들었다. 디자인했다. 한국 차를 만들었다. 처음엔 못생겼다. 고장도 잘 났다. 하지만 개선했다. 끊임없이. 지금은? 현대, 기아. 세계 5위 자동차 회사. 전기차 배터리는 세계 1위.


1980년대. 반도체. 삼성이 시작했다. 늦었다. 일본과 미국이 앞서 있었다. 기술 격차 10년. 하지만 따라잡았다. 어떻게? 인재를 영입했다. 밤낮없이 연구했다. 실패했다. 다시 시도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다. DRAM. 지금은 세계 1위. 기술도 선도한다.


1990년대. K-팝. 서태지와 아이들. 미국 힙합을 들여왔다. 한국 가요와 섞었다. 폭발적 반응. H.O.T, 젝스키스. 아이돌 시스템. 일본에서 배웠다. 하지만 한국식으로 바꿨다. 훈련 기간을 늘렸다. 노래, 춤, 외국어, 예능. 모든 걸 가르쳤다. 완벽하게 만들었다.


2000년대.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일본과 아시아를 점령했다. 2010년대. 싸이, 202년대. BTS, 블랙핑크. 세계를 점령했다. 빌보드 1위. 그래미 후보. 스타디움 투어. 어떻게?


단순 모방이 아니다. 이해. 본질을 파악한다. 왜 서양 팬들이 좋아하는지. 무엇이 그들의 감정을 움직이는지. 그리고 한국의 것을 더한다. 한국의 정서, 한국의 감성. 가족, 우정, 성장, 아픔. 보편적 주제. 하지만 한국식 표현.


K-드라마도 그렇다. 서양 드라마의 구조를 배웠다. 탄탄한 스토리, 빠른 전개. 일본 드라마의 감성을 배웠다. 섬세한 감정, 여운. 하지만 한국만의 것을 만들었다. 신데렐라 스토리, 재벌과 평민, 시간 여행, 환생. 판타지. 하지만 현실적 감정. 사람들이 운다. 문화가 다른데도. 언어가 다른데도. 왜? 공감하니까.


K-푸드. 김치, 비빔밥, 불고기. 세계로 나간다. 뉴욕, 파리, 런던. 한식당이 생긴다. 미슐랭 스타를 받는다. 왜 인기일까. 건강하다. 발효 식품. 프로바이오틱스. 장 건강. 면역력. 채소가 많다. 균형 잡힌 영양. 색깔이 다양하다. 오방색. 보기 좋다.


그리고 나눔의 문화. 함께 먹는다. 여러 반찬. 한 상 가득. 혼자 먹어도 풍성하다. 이게 현대인에게 위안이 된다. 혼밥, 혼술 시대에. 함께 먹는 문화가 그립다.


한국의 진화는 복제가 아니라 복제력이다.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타인의 의지를 빠르게 감지하고 자신의 반응으로 전환하는 능력. 공감 기반 학습. 그리고 한국의 정서와 결합한다. 새로운 게 나온다. 더 풍부하게. 창발. 외부의 요소를 공감으로 소화해 재탄생시킨 진화적 발현체다.




1987년 6월. 서울 거리. 사람들로 가득 찼다. 수십만. 학생, 직장인, 상인, 주부. 나이, 직업, 성별 무관. 모두 나왔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함께 외쳤다. 최루탄이 날아왔다. 물대포가 쏟아졌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함께였으니까.


왜 나왔을까. 박종철. 대학생. 경찰 조사 중 사망. 고문. 물고문. 젊은 나이.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동생. 그게 나였을 수도. 내 동생이었을 수도. 분노.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슬픔. 공감. 이건 아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이한열. 또 다른 대학생. 시위 중 최루탄 직격. 한 달 후 사망. 또. 또 젊은 목숨. 더 이상은 안 된다. 사람들이 더 나왔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전국에서. 같은 마음.


6월 29일. 노태우 선언. 직선제 개헌. 승리. 민주화.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십만의 힘? 맞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공감. 한 사람의 죽음이 모두의 아픔이 되었다. 경계가 사라졌다. 나와 너의 경계. 우리가 되었다.


2016년 11월. 광화문 광장. 다시 사람들. 촛불을 든다. 평화롭게. 질서 있게. "박근혜 퇴진". 매주 토요일. 20주 동안.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할머니도 나왔다. 장애인도 나왔다. 함께. 노래 부르며. 구호 외치며. 춥다. 11월, 12월, 1월. 영하. 하지만 나온다. 계속.


왜? 최순실 게이트. 대통령의 비선 실세. 국정 농단. 배신감.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이럴 수 있나. 분노. 슬픔. 이건 아니다. 다시. 바꿔야 한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박근혜 파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온다. 평화롭게. 촛불로. 세계가 놀랐다. 어떻게 폭력 없이. 어떻게 질서 있게. 수백만 명이 모였는데.


한국의 힘이다. 집단 공감장이 임계치를 넘은 순간이다. 개인의 분노가 아니라 우리의 슬픔. "이건 아니다"라는 공통의 감각. 임계치를 넘으면 세상이 바뀐다. 의지의 집단화, 반응의 확산, 공감의 임계치 초과, 존재의 재구성.


한국 사회는 연결이 강하다. 가족, 친구, 이웃, 학교, 고향. 끈끈하다. 개인주의 사회가 아니다. 집단주의. 때로 부담이다. 간섭, 참견. 사생활 침해. 하지만 위기 때는 힘이다. 함께 버틴다. 함께 일어선다.


서구 민주주의와 다르다. 개인의 권리가 기반이 아니다. 집단의 공감이 기반이다. 나 하나 잘사는 게 목표가 아니다. 우리 모두 잘사는 게 목표다. 한 사람이 고통받으면 모두가 아프다. 그래서 나선다.


이게 한국식 민주주의다. 공감 민주주의. 제도보다 감정이 먼저. 법보다 정서가 먼저. 그리고 제도가 따라온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제도의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공감이 이끈 순환이었다.




한국은 큰 나라가 아니었다. 늘 주변부였다. 중국 제국의 가장자리. 작은 왕국들.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각자 작았다. 통일신라도 대제국은 아니었다. 고려도. 조선도. 작았다.


하지만 그래서 강했다. 작은 집단은 유연하다. 변화에 빠르다. 큰 제국은 느리다. 관료제, 위계질서. 결정에 시간이 걸린다. 작은 나라는 빠르다. 왕이 결정하면 바로 실행된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허용한다. 큰 사회에서는 이상치가 묻힌다. 다수의 평균으로 회귀한다. 작은 사회에서는 이상치가 두드러진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 주목받는다. 때로 배척당한다. 하지만 때로 리더가 된다.


한국사를 보자. 큰 세력이 지배하다가, 작은 집단이 바꾼다. 반복.


고려 시대. 문신 귀족. 과거제로 선발된 엘리트. 안정적. 하지만 정체. 무신들이 불만. 차별받았다. 1170년. 정중부의 난. 무신정권 시작. 소수가 구조를 바꿨다.


조선 초기. 이성계, 정도전. 신진사대부. 고려의 구체제에 불만. 새 왕조를 세웠다. 소수가 다수를 설득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조선.


조선 후기. 실학자들. 박지원, 정약용, 홍대용. 주류가 아니었다. 서얼, 남인. 권력에서 멀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상. 서양 과학, 기술, 실용주의. 당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씨앗을 뿌렸다. 개화기에 싹텄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소수였다. 대부분은 일제에 순응했다. 생존을 위해. 하지만 그 소수가 정신을 지켰다. 독립의 불씨를.


산업화. 박정희 시대. 소수 관료와 기업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수출 주도. 나머지 국민은 따라왔다. 공장에서 일했다. 밤낮없이. 한강의 기적. 소수가 방향을 정했다. 다수가 실행했다.


민주화. 학생, 노동자, 지식인. 처음엔 소수였다. 탄압받았다. 하지만 점점 커졌다. 87년 6월. 임계치를 넘었다. 전국민이 움직였다.


K-문화. 1990년대 몇몇 기획사. 소수 PD, 작곡가, 안무가. 아이돌을 만들었다. 처음엔 국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본으로 갔다. 아시아로 갔다. 세계로 갔다. 지금은 K-팝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다.


패턴이 있다. 소수가 시작한다. 이상치.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 처음엔 무시당한다. 배척당한다. 하지만 계속한다. 어느 순간 임계치를 넘는다. 다수가 공감한다. 따라온다. 새로운 표준이 된다.


한국의 혁신은 항상 가장자리에서 시작된다. 중심이 아니라. 중심은 안정적이다. 바꿀 이유가 없다. 가장자리는 불안정하다. 변해야 산다. 그래서 시도한다. 실험한다. 실패한다. 다시 시도한다. 어느 순간 성공한다. 그리고 중심이 된다.


큰 사회에서는 이상치가 묻히지만, 작은 사회에서는 이상치가 새 표준이 된다. 한국의 역사는 끊임없이 무너지고, 그 무너짐 속에서 새로워졌다. 소수의 변화가 다수를 이끈다. 다수의 공감이 그 변화를 실체화한다. 상호작용. 공명. 창발.


이것이 한국인이다. 변화에 쉽게 진화할 수 있는 특징.




한반도에 사람이 산 지 얼마나 됐을까. 구석기 유적. 70만 년 전. 신석기. 1만 년 전. 청동기. 3천 년 전. 철기. 2천 년 전. 계속 살았다. 같은 땅에서.


드물다. 대부분의 땅은 주인이 바뀌었다. 정복, 이주, 학살, 대체. 로마는 게르만에게 정복당했다. 미국 대륙은 유럽인에게 정복당했다. 호주는 영국인이 차지했다. 원주민은 밀려났다. 사라졌다.


한반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외침은 많았다. 지배당한 적도 있다. 몽골, 청나라. 하지만 민족 자체가 교체되지는 않았다. 언어가 유지되었다. 문화가 이어졌다. DNA가 연속되었다.


이게 의미하는 건 뭘까. 같은 공간에 반복적으로 새겨진 것들. 인간의 감정, 전쟁, 제사, 노래, 축제. 반복. 쌓인다. 땅에. 수만 년간 한 민족이 거의 동일한 땅에서 살아온 드문 지역이다. 이건 단순한 역사적 정체성이 아니라 공감 에너지장의 누적을 뜻한다.


산을 본다. 이 산을 조상들도 봤다. 수백 년 전, 수천 년 전. 같은 산. 봄이면 진달래가 폈다. 가을이면 단풍이 들었다. 겨울이면 눈이 쌓였다. 반복. 조상들이 느낀 감정을 나도 느낀다. 이어진다.


강을 본다. 한강.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강을 건넜을까. 배를 타고. 다리를 건너. 전쟁 때. 피난 때. 일상 때. 강은 흐른다. 변하지 않고. 사람은 바뀌지만. 강은 기억한다.


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 유전자 서열은 안 바뀐다. 하지만 발현이 바뀐다. 환경, 경험, 스트레스. 이게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 DNA 메틸화, 히스톤 변형. 그리고 전달된다. 다음 세대에. 몇 세대. 문화적 후성유전학 관점에서 감정적, 사회적 경험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 PTSD 발생률이 높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트라우마가 유전자 발현으로 전달되었다. 네덜란드 기근 연구. 1944-45년. 독일 봉쇄로 기근. 임신부가 굶었다. 그 아이들. 비만, 당뇨 발생률 높다. 몇십 년 후에도. 할머니의 굶주림이 손자의 대사에 영향을 준다.


한반도에서 겪은 경험. 전쟁, 기근, 추위, 더위. 수천 년. 이게 한국인의 유전자 발현을 바꿨다. 스트레스 반응, 대사율, 면역계. 그리고 전달되었다. 세대를 거쳐. 한반도의 땅 자체가 공감장을 저장한 생명적 기억체다.


한반도의 땅은 기억한다. 그 기억이 한국인의 공감 유전자다.




한국인의 특징. 빠른 반응, 강한 정서, 집단 결속, 외래 문화 흡수, 순환 감각, 위기 극복력. 이 모든 게 연결된다. 공감으로.


사계절의 리듬이 순환 감각을 가르쳤다. 모든 것은 돌아온다. 힘든 시기도 지나간다. 이게 희망이다. 인내다.


복잡한 지형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길렀다. 차이를 인정한다. 조화를 찾는다. 이게 유연성이다. 적응력이다.


반복된 위기가 공감의 결속을 만들었다. 함께 아파한다. 함께 일어선다. 정이다. 한이다.


외래 문화를 빠르게 소화하는 능력. 이해하고, 변형하고, 창조한다. 공감 기반 학습이다. 창발이다.


집단 공감장의 폭발. 임계치를 넘으면 세상이 바뀐다. 민주화, 탄핵. 이게 한국식 민주주의다.


소수가 방향을 제시하고, 다수가 따른다.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변화가 중심을 바꾼다.


한반도의 기억. 수만 년 축적된 경험이 유전자 발현으로 전달되었다. 공감 능력이 몸에 새겨졌다.


한국인은 공감으로 진화한 민족이다. 의지, 반응, 공감, 존재의 완전한 루프를 구현한 존재형이다. 생존을 넘어 공감으로 진화한 문명 모델이다.


서구는 개인의 권리로 발전했다. 동양은 집단의 조화로 발전했다. 한국은? 공감으로 발전했다. 개인과 집단을 연결하는 공감.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무는 공감.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는 공감.


이게 한국의 힘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세계인이 공감한다. 문화가 다른데도. 언어가 다른데도. 감정은 통한다. 공감하니까.


한국인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공감이라는 언어로 존재를 증명한 종이다. 우리는 40억 년 생명 진화의 최신 버전이다. 공감으로 존재하는.


당신도 그 진화의 한 부분이다. 지금, 여기서. 누군가의 마음을 느낄 때. 상황을 이해할 때. 함께 움직일 때. 당신 안에 수천 년 한국인의 공감이 흐른다. 그게 당신이다. 그게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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