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진화론 10장
존재란 무엇일까. 그냥 있는 것일까. 아니다. 존재는 계속하려는 의지다. 멈추지 않으려는 힘이다. 바위도 부서지지 않으려 한다. 물도 증발하지 않으려 한다. 바람도 흩어지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이 존재하려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인가. 왜 존재는 인간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는가. 왜 다른 동물도 아니고, 다른 형태도 아니고, 인간인가.
우주의 시작을 생각한다. 빅뱅. 137억 년 전. 그 순간부터 우주는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시도. 무수히 많은 실험. 무수히 많은 실패와 성공.
처음에는 수소뿐이었다. 단순했다. 별이 만들어졌다. 수소가 헬륨으로. 헬륨이 탄소로. 점점 복잡해졌다. 원소가 늘어났다. 분자가 생겼다. 결정이 형성됐다.
지구가 탄생했다. 46억 년 전. 뜨거웠다. 식었다. 바다가 생겼다.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단순한 분자에서 복잡한 분자로. 아미노산. 핵산. 생명의 전 단계.
어느 순간 생명이 시작됐다. 자기복제 분자. RNA. DNA. 세포. 단세포 생물. 다세포 생물. 점점 복잡해졌다.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그리고 인간. 20만 년 전. 짧은 시간이다. 우주 나이의 0.00015%. 찰나. 하지만 특별하다.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137억 년의 시뮬레이션 결과라고. 존재가 자신을 유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그것이 인간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의심한다. 인간이 최종인가. 더 나은 형태는 없는가. 우주의 시뮬레이션이 끝난 것인가. 아니면 계속되고 있는가.
아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인간 이후에도 무언가가 나타날 수 있다. 더 복잡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진화한 존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인간은 특별하다. 왜? 무엇이 다른가.
실험실 연구 중인 미생물을 생각한다. 배양 접시 속 콜로니. 흰색. 원형. 경계가 선명하다. 어제는 작았다. 오늘은 커졌다. 내일은 더 클 것이다. 조건만 맞으면. 온도, 습도, 영양분.
하지만 조건이 바뀌면? 온도가 올라가면? 산성이 강해지면? 항생제를 떨어뜨리면? 죽는다. 대부분. 빠르게. 적응할 시간이 없다.
그런데 가끔 살아남는 것이 있다. 우연히. 돌연변이로. 내성을 가진. 그것이 증식한다. 새로운 콜로니를 만든다.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느리다. 수십 세대가 필요하다. 환경 변화가 빠르면 따라가지 못한다.
인간을 생각한다. 항생제가 나왔다. 1940년대. 페니실린. 박테리아를 죽였다. 하지만 곧 내성균이 나타났다. 박테리아가 진화한 것이다. 그러자 인간은 어떻게 했는가.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었다. 바로. 몇 년 안에. 유전자가 변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지능으로 해결했다. 기술로 만들었다. 진화 속도를 뛰어넘었다.
이것이 차이다. 이것이 인간이 다른 이유다.
존재하려는 의지의 입장에서 보자. 문제가 있다. 진화가 느려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다. 해결책이 필요하다. 더 빠른 적응 메커니즘. 유전자 변화를 기다리지 않는 방법.
그것이 이성이다. 지능이다. 문화다. 기술이다. 즉각적 적응. 한 세대 안에. 아니, 몇 년 안에. 가능하다. 인간이 가능하다.
추워지면 옷을 만든다. 가뭄이 들면 저수지를 만든다. 홍수가 나면 제방을 쌓는다. 질병이 퍼지면 백신을 개발한다. 소행성이 다가오면? 궤도를 바꿀 방법을 연구한다. 이미 하고 있다. NASA의 DART 미션. 2022년 성공했다.
인간은 존재를 지키는 장치다. 적극적으로. 즉각적으로. 존재하려는 의지가 선택한 최신 전략. 이것이 인간으로 진화한 첫 번째 이유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 커피잔이 놓여 있다. 김이 올라온다. 회오리를 그리며. 사라진다. 공기 중으로. 분자들이 흩어진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엔트로피 증가. 열역학 제2법칙. 자연의 흐름.
하지만 그 커피를 만든 건 나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고, 필터에 부었다. 무질서를 질서로. 에너지를 투입해서. 목적을 가지고.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창밖을 본다. 고층 빌딩들. 반듯하다. 유리와 강철. 직선. 각도. 자연에는 없는 형태들. 나무는 구불구불하고, 산은 울퉁불퉁하고, 강은 구불구불하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것은 곧다. 계획된다. 설계된다.
공감의 문제를 생각한다. 공감이론의 핵심. 공감해야 존재한다. 공감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을 본다. 바다의 물고기는 산의 나무를 모른다. 북극의 얼음은 사막의 모래를 모른다. 바닷가의 나무는 산속 나무를 알지 못한다. 북극의 얼음은 열대 바다의 산호를 보지 못한다. 각자 분리되어 있다.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공감하지 않는다.
공감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철학적으로 보면 이렇다. 관찰되지 않는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상호작용하지 않는 것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영향을 주지 않으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양자역학이 이것을 보여준다. 관찰되지 않으면 확률로만 존재한다. 파동함수. 중첩 상태. 관찰하는 순간 확정된다. 한 가지로. 상호작용이 존재를 확정한다.
자연은 제한적으로만 공감한다. 감각의 범위 안에서만. 빛이 닿는 곳까지. 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화학 신호가 퍼지는 곳까지. 그 너머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은 다르다. 감각을 넘어선다. 직접 보지 않아도 안다. 망원경으로 먼 별을 본다. 현미경으로 작은 세포를 본다. 책으로 과거를 배운다.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을 안다.
서재에서 지구본을 본다. 돌린다. 대륙들이 지나간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각각 다른 생태계. 다른 기후. 다른 동식물.
사자는 아프리카에 산다. 초원에. 하지만 북극에는 못 산다. 추우니까. 유전적으로 적응 안 됐으니까. 북극곰은 북극에 산다. 얼음 위에. 하지만 사막에는 못 산다. 더우니까. 적응 안 됐으니까.
각 동물은 특정 환경에 특화되어 있다. 그 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다른 곳으로 가면 죽는다. 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서로를 모른다. 사자는 펭귄을 모른다. 평생 만날 일이 없으니까.
인간은 다르다. 모든 대륙에 산다. 북극에도 있다. 이누이트. 사막에도 있다. 베두인. 열대우림에도 있다. 아마존 부족. 고산지대에도 있다. 티베트인. 섬에도 있다. 폴리네시아인.
어떻게 가능한가. 유전적으로 다른가. 아니다. 거의 같은 DNA다. 하지만 문화가 다르다. 옷이 다르다. 집이 다르다. 도구가 다르다. 문화적 적응. 기술적 적응.
그리고 연결되어 있다. 북극의 이누이트가 아마존 부족을 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책으로. 영상으로. 인터넷으로. 모든 인간이 연결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은 다른 생태계를 안다. 북극곰을 안다. 펭귄을 안다. 사자를 안다. 원숭이를 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안다. 연구한다. 기록한다. 전달한다.
인간은 지구 전체를 하나로 연결한다. 모든 생태계를. 모든 존재를.
나무와 바퀴를 공감시킨다. 나무를 깎아 둥글게 만든다. 바퀴가 된다. 굴러간다. 나무와 마찰을 공감시킨다. 비벼서 불을 만든다. 타오른다. 물과 땅을 공감시킨다. 댐을 만든다. 물을 가둔다. 전기를 만든다.
인간은 적극적으로 공감을 만든다. 없던 연결을 만든다. 분리된 것을 통합한다. 이것이 인간의 역할이다.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 모든 것을 공감시켜 존재하게 하는 것.
자연은 스스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 산은 자신이 산인지 모른다. 바다는 자신이 바다인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을 통해 안다. 인간이 이름을 붙인다. 의미를 부여한다. 관계를 만든다. 그래서 존재한다. 확실하게.
이것이 인간으로 진화한 두 번째 이유다.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전체를 통합한다. 공감의 확장. 세계의 통합. 존재의 확정.
사무실 창문 밖을 본다. 도시가 보인다. 빌딩들. 자동차들. 사람들. 모두 바쁘게 움직인다. 각자의 목적으로. 각자의 의지로.
의지를 생각한다. 모든 존재는 의지를 가진다. 하지만 단순하다. 불의 의지는 태우는 것. 물의 의지는 흐르는 것. 바위의 의지는 무너지지 않는 것. 하나다. 명확하다. 단순하다.
동물도 단순하다. 배고프면 먹는다. 목마르면 마신다. 피곤하면 잔다. 위협받으면 도망간다. 발정기가 오면 짝짓는다. 본능. 프로그램된 행동. 변주가 적다. 먹이를 찾고 먹고 숨고 잔다. 의지의 단순함이다. 반응도 단순하다.
인간은 다르다. 의지가 복잡하다. 층위가 있다. 모순된다.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한다. 자고 싶지만 일한다. 도망가고 싶지만 싸운다. 선택한다. 결정한다. 의지로.
더 깊이 들어가면 더 복잡하다. 살고 싶다. 하지만 의미 있게 살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창조하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초월하고 싶다. 만들고 싶다. 알고 싶다. 바꾸고 싶다. 지키고 싶다. 떠나고 싶다. 존재하고 싶다. 무한하다. 끝이 없다.
그리고 반응도 복잡하다. 같은 자극에 다르게 반응한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기분마다. 무수한 변수. 무수한 조합. 예측 불가능하다. 천차만별이다.
이 복잡한 의지와 반응이 다양한 공감을 만든다. 단순한 의지는 단순한 공감만 만든다. 불과 나무의 공감은 타는 것뿐이다. 물과 돌의 공감은 씻기는 것뿐이다. 한정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는 무한한 공감을 만든다. 나무를 태울 수도 있고, 깎을 수도 있고, 심을 수도 있고,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악기를 만들 수도 있고, 종이를 만들 수도 있고, 약을 만들 수도 있다. 무한하다.
다양한 공감은 다양한 존재를 만든다. 같은 나무가 불꽃이 되기도 하고, 가구가 되기도 하고, 집이 되기도 하고, 바이올린이 되기도 한다. 형태가 달라진다. 의미가 달라진다. 존재 방식이 달라진다.
존재하려는 의지는 다양성을 원한다. 한 가지 형태만 있으면 위험하다. 환경이 바뀌면 그 형태가 무용해질 수 있다. 다양하면 안전하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형태가 있다.
인간은 다양성의 창조자다. 복잡한 의지로 무수한 반응을 만들고, 무수한 공감을 형성하고, 무수한 존재를 탄생시킨다. 인간은 의지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이것이 인간으로 진화한 세 번째 이유다. 존재 효율성의 최고점이다.
책상 서랍을 연다. 오래된 사진들. 할아버지. 흑백 사진. 1950년대. 한복을 입고 있다. 짚신을 신고 있다. 초가집 앞에서.
할아버지 시대의 사람과 지금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종이다. 호모 사피엔스.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다른 존재 같다. 뇌 사용 방식이 다르다. 주의력 패턴이 다르다. 기억 저장 방식이 다르다.
이것이 후천적 진화다. 유전자는 안 바뀌었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이 바뀌었다. 환경이 다르니까. 자극이 다르니까. 뇌 구조가 재편되었다. 신경 연결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것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일부는. 후성유전학.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 아버지의 식습관이 정자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 연구들이 보여준다.
문화적 진화가 반복되면 후성유전으로 전환되고 세대가 거듭되면 실제 DNA 패턴에도 잔류한다. 조선시대 인간과 현대 한국인의 유전 발현은 분명 다르다. 식습관. 스트레스 환경. 도시 생존 방식. 기술 적응도.
세대가 지나면 축적된다. 점점 더. 결국 유전적 변화가 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사람과 현대 한국인은 DNA가 거의 같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이것이 인간 진화의 특징이다. 빠르다. 문화적이다. 역사를 유전자에 기록한다.
인간은 역사 전체를 유전자에 기록할 수 있는 존재다.
8대2 법칙을 생각한다. 인류 진화도 그랬다. 모두가 동시에 변하지 않았다. 일부가 먼저 변했다. 20%. 이상치. 선구자.
불을 처음 사용한 사람. 언어를 처음 만든 사람. 농사를 처음 지은 사람. 문자를 처음 쓴 사람. 바퀴를 처음 만든 사람. 소수였다. 하지만 나머지가 따라왔다. 80%. 그리고 전체가 바뀌었다.
인류 언어의 폭발. 농경과 불 사용. 산업혁명. 인터넷과 AI. 언제나 일부의 이상치가 먼저 진화하고 뒤따라 집단 전체가 흐름에 합류했다.
현대도 그렇다. 인터넷을 처음 쓴 사람들. 스마트폰을 처음 쓴 사람들. SNS를 처음 한 사람들. 20%. 2000년대 초반. 지금은? 80%, 90%. 거의 모두. 생활 방식이 바뀌었다. 뇌 구조가 바뀌었다. 주의력, 기억력, 사고방식. 모두 재편되었다.
최근에는 SNS와 인터넷 환경에 적응한 20%의 신인류가 먼저 등장했고 나머지 80%가 따라오면서 현대인의 유전 발현 자체가 달라졌다. 이것은 후천적 유전 요소가 집단적으로 발화하여 실제 유전자로 축적되는 과정이다.
일부 집단에서 먼저 진화한 특성이 집단 전체로 확산되면 진정한 유전적 진화가 되는 것이다.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상치들이 만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 같은.
뉴스를 본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 계획을 발표한다. 2040년까지 100만 명을 보내겠다고.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불가능해 보인다. 많은 사람이 비웃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이상치의 역할이 아닐까. 8대2 법칙. 20%의 이상치가 방향을 제시한다. 나머지 80%가 따라온다.
과거를 본다. 라이트 형제. 1903년. 첫 동력 비행. 12초. 36미터. 사람들이 비웃었다. 새처럼 날겠다고?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매일 수백만 명이 하늘을 난다.
인터넷. 1990년대. 일부 괴짜들의 장난감. 쓸모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없으면 살 수 없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 2007년. 아이폰. 처음에는 비쌌다. 일부만 샀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70억 인구 중 50억 이상이 가지고 있다. 생활 방식이 바뀌었다. 뇌가 재편되었다.
이상치가 먼저 시도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사람들이 비웃는다. 하지만 일부가 따라한다. 10%, 15%, 20%. 임계점을 넘는다. 그러면 나머지가 쏟아져 들어온다. 80%. 그리고 표준이 된다.
일론 머스크 같은 극단적 이상치는 진화를 다시 한 번 흔든다. 그의 화성 이주 계획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지만 공감이론적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향성 제공. 패턴 자극. 변이 압력 조성.
화성 이주도 그럴 수 있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100년 후에는? 1,000년 후에는? 누가 알겠는가. 일론 머스크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할 것이다. 언젠가는.
그리고 화성에 가는 사람들은 변할 것이다. 중력이 다르다. 38%. 가볍다. 뼈가 약해진다. 근육이 줄어든다. 키가 커진다. 가늘어진다. 대기가 다르다. 얇다. 이산화탄소 96%. 압력이 낮다. 폐가 커진다. 적혈구가 늘어난다. 호흡이 달라진다. 방사선이 강하다. 자기장이 없으니까. 대기가 얇으니까. 피부가 두꺼워진다. DNA 복구 능력이 강화된다. 암 저항성이 생긴다.
세대가 지나면? 화성 인류가 탄생한다. 지구 인류와 다른. 외형도 다르고 생리도 다르고 심지어 생각도 다를지 모른다. 다른 환경이 다른 뇌를 만들 테니까.
그들이 지구로 돌아온다면? 적응 못 한다. 중력이 너무 강하다. 2.6배. 무겁다. 서 있기도 힘들다. 대기가 너무 짙다. 숨이 막힌다. 교배가 안 될 수도 있다. 다른 종이 된 것이다.
먼 미래에는 실제로 일부 인류가 화성에서 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후손이 지구 인류를 다시 진화시킬 수도 있다. 진화는 이상치가 만든 파동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도 진화다. 인류의 분화. 다양성의 증가. 생존 확률의 증가. 지구에 재앙이 와도 화성은 살아남는다. 화성에 재앙이 와도 지구는 살아남는다. 백업이다. 이중 안전장치다.
이상치가 이것을 시작한다. 일론 머스크 같은. 그의 꿈이 현실이 되면 인류는 한 단계 도약한다. 단일 행성 종에서 다행성 종으로. 진화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그의 이상치로 지구 인간의 다양성이 급격히 변할지 모른다. 진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렇게 인류는 지구가 생명을 다하더라도 존재를 유지할지 모른다.
밤이 깊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본다. 어둡다. 생각이 이어진다.
믿기지 않겠지만 인간이라는 것은 결국 더욱 더 잘 존재하기 위해 진화된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진화의 역사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완성된 존재다. 누가 갑자기 창조한 것이 아니라 결국 존재하려는 의지에서 공감되고 진화된 결과다.
존재하려는 의지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도구다. 존재를 유지하는. 확장하는. 다양화하는. 효율적인 도구다.
하지만 인간이 유일한 도구는 아닐 것이다. 우주는 넓다. 은하가 2조 개다. 별은 그보다 더 많다. 행성은? 상상할 수 없이 많다.
어디선가 다른 형태의 지능이 진화했을 것이다. 인간과 비슷하거나 완전히 다르거나. 같은 문제에 대한 다른 해법. 존재를 유지하는 다른 방식.
인간은 존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인간이 사라져도 존재하려는 의지는 반복해서 새로운 인간을 만든다.
우주가 충분히 넓고 충분히 오래 존재한다면 인간 같은 존재는 여러 곳에서 반복 탄생할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또 다른 인간 실험이 진행 중일 가능성도 높다.
존재하려는 의지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진화의 결과물이다. 더 적극적으로 공감하도록 의지와 반응으로 다양한 공감을 하도록 진화한 동물이다. 따라서 지구의 인간이 멸종하더라도 곧 존재하려는 의지는 또다른 인간을 만들어 적극적 공감을 통해 존재하려고 할 것이다. 아마도 이미 엄청나게 넓은 우주에서 각개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진화는 끝나지 않는다. 인간은 최종 형태가 아니다. 중간 단계다. 지나가는 점이다. 긴 여정의 한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다. 지금 이 순간 존재를 지키는 것은 인간이다. 그 책임이 무겁다.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다시 아침이다. 거울을 본다. 내 얼굴. 인간의 얼굴. 20만 년 진화의 결과. 137억 년 시뮬레이션의 산물.
믿기지 않는다. 이 복잡한 존재가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다고. 하지만 그렇다. 증거가 있다. 화석이 있다. DNA가 있다. 진화의 흔적이 온몸에 남아 있다.
인간은 우연의 산물이다. 동시에 필연의 결과다. 우연한 돌연변이들이 쌓였다. 하지만 방향이 있었다. 존재하려는 의지가 선택했다. 더 효율적인 쪽으로. 더 다양한 쪽으로. 더 적극적인 쪽으로.
그 결과가 인간이다. 이성을 가진. 자아를 가진. 자유의지를 가진. 도구를 만드는. 공감을 확장하는. 존재를 창조하는.
이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다양한 공감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지구의 모든 존재와 어울려야 한다. 공감해야 한다.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무도, 동물도, 바다도, 공기도. 모든 것과. 최대한 모든 존재가 지속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역할이다. 존재하려는 의지가 인간에게 준 임무다.
동시에 확장해야 한다. 다른 행성으로. 다른 별로. 우주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다양성을 늘려야 한다.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들이 보인다. 무수히 많다. 저 중 어딘가에 다른 생명이 있을까. 다른 지능이 있을까. 다른 인간이 있을까.
아마 있을 것이다. 우주가 이렇게 넓은데. 은하가 2조 개인데. 별이 그보다 더 많은데. 생명이 지구에만 있을 리 없다. 지능도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인간만큼. 아니, 인간보다 더 발전한. 수백만 년 앞선 문명.
하지만 만나지 못한다. 거리가 너무 멀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4광년. 빛의 속도로 4년. 인간의 속도로는? 수만 년. 불가능하다. 도달할 수 없다.
최종의 우주는 어떨까? 존재를 하기 위해서는 공감을 해야한다. 멀리 떨어진 천체에 생명이 있다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면 공감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인간은 외계 생명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상 서로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는 공감이 이루어져야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인간도 아직 외계행성의 외계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존재하려는 의지는 공감을 통해 존재하므로 결국 최종적으로 멀리 떨어진 생명체 사이에도 공감을 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주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모든 존재가 서로를 공감하여 하나의 거대한 존재의 장으로 연결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공감 블랙홀. 너무 강한 공감은 위험하다.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타인의 감정에 과도하게 공명하면 자아가 붕괴한다. 공감 피로. 번아웃. 정체성 상실.
집단 차원에서도 그렇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한다. 획일화된다. 다양성이 사라진다. 창의성이 죽는다. 진화가 멈춘다. 정체된다. 결국 멸종한다.
우주 차원에서는? 만약 모든 문명이 연결된다면? 정보가 완전히 공유된다면? 기술이 통합된다면? 모두가 같아진다.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다양성이 사라진다.
그리고 위험해진다. 한 가지 실수가 모두를 파괴한다. 한 가지 질병이 모두를 감염시킨다. 한 가지 결정이 모두의 운명을 결정한다. 분산되지 않았으니까. 백업이 없으니까.
거리가 보호한다. 분리가 필요하다. 각 문명이 독립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각자의 실험을 해야 한다. 실패해도 다른 곳은 살아남는다. 성공하면 다른 곳도 배운다. 나중에. 천천히.
우주는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수십억 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구조가 최적인지. 어느 정도의 연결이 적절한지. 어느 정도의 분리가 필요한지.
그래서 광속이 제한되어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우주가 팽창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만남이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의도된 설계.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미래의 진화는 결국 공간을 넘어 우주적 공감을 향해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미래는 또 어떠한 진화를 통해 우주를 여행하며 새로운 공감과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언젠가 다른 행성의 다른 생명과 만날 것이다. 공감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주적 존재가 될 것이다.
인간은 그 첫 걸음을 내딛는 존재다.
당신은 왜 인간으로 태어났는가. 우연인가 필연인가. 목적이 있는가. 있다. 존재하기 위해. 공감하기 위해. 세계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이것이 인간으로 진화한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