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의지를 보충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섭취

무의 관성과 엔트로피

by kamaitsra

혼자 밥을 먹는다. 맛있다. 배가 부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채워지지 않는 느낌. 허전함. 왜 그런가.


함께 밥을 먹는다. 같은 음식. 같은 양. 하지만 다르다. 웃는다. 이야기한다. 배가 부르다. 마음도 부르다. 채워진다. 충만하다.


차이가 뭔가. 음식은 같다. 양도 같다. 영양도 같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혼자 먹으면 배만 부르다. 함께 먹으면 마음도 부르다.


공감이 차이를 만든다. 함께 있다는 것. 나누는 것. 공유하는 것. 그것이 음식 이상의 무언가를 채운다. 의지를 채운다.


9편에서 봤다. 먹는 것은 의지 보충이다. 하지만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인간에게는. 더 고차원적인 섭취가 필요하다. 공감이 필요하다.




섭취에는 단계가 있다.


가장 기본은 물질 섭취다. 먹는 행위. 음식을 먹는다. 물을 마신다. 소화한다. 흡수한다. 에너지로 바꾼다. 세포를 만든다. 생존한다.


다음은 에너지 섭취다. 휴식. 수면. 가만히 있는다. 에너지를 아낀다. 회복한다. 재충전한다.


그다음은 정보 섭취다. 학습. 자극. 책을 읽는다. 영화를 본다. 음악을 듣는다.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 뇌가 활성화된다. 의지가 자극받는다.


가장 높은 단계는 공감 섭취다. 타자와의 관계. 대화. 교감. 연결. 함께함.


공감은 가장 직접적으로 의지를 보충하는 섭취 방식이다.




왜 공감이 가장 고차원적인가.


먹는 행위를 다시 본다. 타자의 의지를 분해한다. 소화한다. 파괴한다. 분자 수준으로. 흡수한다. 내 것으로 만든다. 그 생명은 사라진다. 나는 유지된다.


먹는 것은 파괴적 섭취다. 타자를 없애고 나를 유지한다. 필요하다. 하지만 폭력적이다.


공감은 다르다. 타자의 의지를 파괴하지 않는다. 그 상태 그대로 교환한다. 나도 유지된다. 타자도 유지된다. 오히려 둘 다 강해진다.


대화를 나눈다. 친구와. 깊은 대화. 내 이야기를 한다. 친구가 듣는다. 공감한다. 친구 이야기를 듣는다. 공감한다. 대화가 끝난다. 둘 다 충만하다. 에너지가 생긴다. 의지가 강해진다.


무엇을 소비했는가. 시간. 하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친구도 나도 강해졌다. 의지가 증폭됐다. 이것이 공감의 마법이다.


공감은 의지를 소모하지 않고 의지를 증폭시키는 유일한 섭취다.




인간을 본다. 가장 복잡한 동물이다. 뇌가 크다. 의식이 있다. 언어가 있다. 문화가 있다. 가장 큰 의지 용량을 가진 존재다.


그만큼 의지 소모 속도도 빠르다. 생각한다. 고민한다. 선택한다. 계획한다. 창조한다. 모두 의지를 쓴다. 엄청난 양의 의지를.


침팬지를 본다. 하루 종일 먹는다. 과일을 찾는다. 잎을 뜯는다. 씹는다. 쉰다. 또 먹는다. 단순하다. 의지 소모가 적다.


인간은 다르다. 먹는 시간은 짧다. 하루 1~2시간. 나머지 시간은 뭘 하는가. 일한다. 관계 맺는다. 고민한다. 창조한다. 의지를 엄청나게 쓴다.


먹기만 해서는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 더 많은 의지 보충이 필요하다. 공감이 필요하다.


인간은 먹기만 해서는 절대 유지되지 않는 존재다.




관계가 끊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노인을 본다. 배우자가 죽었다. 혼자 산다. 자식들은 바쁘다. 가끔 온다. 전화한다. 하지만 부족하다. 외롭다.


급격히 늙는다. 몇 달 만에 확 늙어 보인다. 기력이 없다. 의욕이 없다. 밥을 안 먹는다. 아프다. 입원한다.


왜 그런가. 관계가 끊겼다. 공감 섭취가 중단됐다. 의지 보충이 실패했다. 무의 관성이 우세해졌다. 급격히 붕괴한다.


할아버지를 봤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60년을 함께 사셨다. 혼자 남으셨다. 밥을 드셨다. 영양제를 드셨다. 하지만 달라졌다. 말수가 줄었다. 웃지 않으셨다.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특별한 병이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셨다. 왜. 공감이 끊겼다. 의지가 소진됐다. 무의 관성이 이겼다.


외로움은 감정 문제가 아니다. 의지 결핍 현상이다.




연구가 있다. 1950년대 해리 할로의 원숭이 실험. 새끼 원숭이를 격리했다. 먹이는 충분히 줬다. 우유도 줬다. 따뜻하게 했다. 하지만 어미와 격리했다.


새끼 원숭이가 무너졌다. 구석에 웅크렸다. 흔들렸다. 자해했다. 먹이는 충분했다. 하지만 죽어갔다. 왜. 접촉이 없었다. 공감이 없었다. 의지 보충이 안 됐다.


천으로 만든 어미 인형을 넣어줬다. 부드러웠다. 새끼 원숭이가 매달렸다.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반응이 없었다. 진짜 공감이 아니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먹이만으로는 안 된다. 공감이 필요하다. 반응이 필요하다. 연결이 필요하다.




노화를 다시 본다. 나이의 문제인가. 시간의 문제인가.


같은 나이를 본다. 70세. 어떤 사람은 젊어 보인다. 활기차다. 눈빛이 살아 있다. 어떤 사람은 늙어 보인다. 무기력하다. 눈빛이 꺼져 있다.


차이가 뭔가. 관계다. 공감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은 관계가 많다. 친구가 있다. 동호회가 있다. 봉사를 한다. 사람을 만난다. 이야기한다. 웃는다. 공감한다. 의지가 보충된다.


늙어 보이는 사람은 관계가 없다. 혼자 산다. TV를 본다. 밥을 먹는다. 잔다. 반복한다. 공감이 없다. 의지가 소진된다. 무의 관성이 압도한다.


노화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의 문제다. 노화는 무의 관성이 의지를 추월한 상태다.




인간의 생존 전략을 본다.


사자는 힘이 세다. 치타는 빠르다. 독수리는 날 수 있다. 인간은 뭐가 강한가. 힘이 약하다. 느리다. 날지 못한다.


공감이 강하다. 협력한다. 언어가 있다. 문화가 있다. 함께 사냥한다. 지식을 공유한다. 도구를 만든다. 가르친다. 배운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했다. 인간의 힘은 협력이다. 대규모 협력. 낯선 사람과도 협력한다. 공통의 신화를 믿는다. 국가, 종교, 회사. 모두 공통의 신화다. 함께 믿는다. 협력한다. 강해진다.


협력은 공감의 다른 이름이다. 인간은 공감을 통해 의지를 유지하도록 진화한 존재다.




의지에도 질이 있다. 양만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밥을 먹는다. 배가 부르다. 양적 보충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특히 인간에게는.


인간에게 필요한 의지는 단순 에너지가 아니다. 단순 칼로리가 아니다. 질적 공감이 필요하다.


무엇이 질적 공감인가.


타자와의 공감. 깊은 대화. 진정한 이해. 공유된 감정. 자연과의 공감. 산. 바다. 별.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화. 다양성의 수용. 다른 생각. 다른 문화.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조화의 경험. 음악. 미술. 균형 잡힌 아름다움. 배려와 상호성. 주고받음. 서로 돌봄.


이 모든 것은 의지의 밀도를 높이는 공감이다.




음식점을 본다. 두 종류가 있다.


혼밥집. 조용하다. 빠르다. 효율적이다. 들어간다. 주문한다. 먹는다. 나온다. 배가 부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함께 먹는 식당. 시끄럽다. 느리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대화가 들린다. 들어간다. 앉는다. 이야기한다. 주문한다. 기다리며 대화한다. 음식이 나온다. 함께 먹는다. 나눈다. 웃는다. 나온다. 배가 부르다. 마음도 부르다.


영양은 같다. 칼로리도 같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공감이 차이를 만든다.


영양은 충분한데 무기력하다. 우울하다. 무의미하다. 왜. 의지는 먹음보다 공감을 먼저 필요로 한다.



코로나 시절을 기억한다. 격리됐다. 재택근무했다. 집에만 있었다. 밥은 먹었다. 잠도 잤다. 운동도 했다. 하지만 무너졌다.


무기력했다. 우울했다. 의욕이 없었다. 왜. 공감이 끊겼다. 사람을 안 만났다. 화상 회의만 했다. 화면 속 얼굴. 반응이 느려진다. 어색하다. 진짜 공감이 아니다.


백신이 나왔다. 해제됐다. 사람을 만났다. 친구를 만났다. 커피를 마셨다. 이야기했다. 웃었다. 살아났다. 의욕이 돌아왔다. 의지가 회복됐다.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먹는 것보다. 자는 것보다. 공감이 더 중요했다.




질적 공감을 구체적으로 본다.


타자와의 공감. 진짜 대화. 표면적 대화가 아니다. "잘 지내?" "응, 잘 지내." 이런 것이 아니다. 깊은 대화. 속마음. 두려움. 꿈. 나눈다. 들어준다. 이해한다. 의지가 보충된다.


자연과의 공감. 산에 오른다. 나무를 본다. 바람을 느낀다. 새소리를 듣는다. 연결된다. 자연과. 우주와. 작지만 크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의지가 채워진다.


다양성의 수용. 다른 생각을 듣는다. 불편하다. 하지만 받아들인다. 생각이 넓어진다. 세계가 넓어진다. 의지가 확장된다.


조화의 경험. 음악을 듣는다. 교향곡. 여러 악기가 조화롭다. 아름답다. 완벽하다. 질서가 느껴진다. 우주의 질서가. 의지가 정렬된다.


배려와 상호성. 누군가를 돕는다. 돌본다. 누군가 나를 돕는다. 돌본다. 주고받는다. 순환한다. 의지가 순환한다. 강해진다.




공감을 정리한다. 공감이론의 언어로.


공감은 의지를 보충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섭취 방식이다. 관계가 끊기면 인간은 빠르게 늙고 무너진다. 인간은 먹는 존재가 아니라 공감을 섭취해야만 유지되는 존재다.


밥을 먹는다.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공감한다. 대화한다. 연결된다. 비로소 충분하다. 의지가 보충된다. 존재가 유지된다.




혼자 밥을 먹는다. 맛있다. 하지만 허전하다. 전화를 건다. 친구에게. "밥 먹었어?" "응, 먹었어." "뭐 먹었어?" 이야기한다. 웃는다. 짧은 통화. 5분. 하지만 달라진다. 더 이상 허전하지 않다. 채워진다.


공감이 그렇다.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진짜가 필요하다. 진심이 필요하다. 연결이 필요하다.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공감도 고갈되는가. 공감에도 한계가 있는가. 계속 주기만 하면 어떻게 되는가. 공감도 반감기가 있는가. 관계도 언젠가 끝나는가. 어떻게 공감을 지속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의지를 계속 보충할 수 있는가.


답을 찾아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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