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비무장지대 수색대대에서 무장하다.
DMZ 비무장지대 수색대대에서 무장하다.
2006년 친구와 동반입대를 했고 경기도 최전방 연천의 25사단에서 훈련을 받은 후 추첨에 의해 부대 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우수한(?) 훈련병을 조교로 선발을 하는데 저에게도 조교를 해보겠냐는 제의가 왔었습니다. 훈련소에서 조교는 훈련병에게는 악당과 같은 존재였고, 조교들 사이의 군기도 세다는 소리를 들어서 거절을 했습니다.
훈련소에서 퇴소를 앞두고 전산추첨으로 부대 배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추첨 전에 수색대대에서 인원을 선발해간다면서 수색대대에 대한 안내와 설명을 했고, 자원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훈련소에 있을 때 조교로부터 수색대대는 '위험하고, 더럽고, 춥고, 더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선발과정이 끝날 때까지 잠잠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와 동반 입대했던 친구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수색대대 관계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전산 추첨이 이루어졌고, 합격자 발표를 보는 듯 강당을 가득 채운 훈련병들은 서로 자기의 이름을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제 이름 옆에는 '수색대대'가 적혀있었습니다. 수색대대에 대해 워낙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킨 채 강당이 잠잠해지자 손을 들어 추첨을 진행한 인사장교에게 큰 소리로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무서워서 가지 못하겠다. 왜 수색대대로 차출되었는지 궁금하다”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질문을 했습니다. 당시 인사장교가 여군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는지 잠시 당황해하더니 저녁에 훈련소로 전화를 주겠다고 하며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수색대대로 선발되다.
인사과장은 약속한 대로 저녁에 훈련소로 전화를 해서 '수색대대는 인원 선발에 우선권이 있고, 네가 지원을 안 했더라도 수색대대에서 너를 선발했기 때문에 수색대대로 배치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한번 '저는 무서워서 못 가겠다'며 재배치를 요구했습니다. 인사과장은 처음에는 타이르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마지막에는 '이 xx야 군대가 장난이야. 가라면 가야지'라고 호통을 쳤고, 저는 수색대대로 배치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합숙생활도 군대 못지않게 힘들었고 규율이 있었기에 군생활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비무장지대를 실탄을 장전한 채 강도 높은 수색, 매복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의 특성 때문인지 선임들의 인신공격이나 무자비한 괴롭힘은 덜했기 때문입니다. 일반 부대와 비교하여 강도 높은 훈련과 작전도 운동을 통해 다져진 체력 때문에 힘들지 않았고, 체력단련으로 축구를 많이 했기에 이등병 시절에도 조금은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2년의 시간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던 시간은 나중 1년이었습니다. 상병을 달면서 신막사로 이전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독서실과 도서관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또 1인 1침상으로 이 전보다 개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대대장도 취침시간 이후 희망자는 도서실에서 23시 30분까지 자기 계발 활동을 할 수 있게 허용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자기 계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내무생활도 조금 여유가 생겨 '전역하기 전까지 책 50권 이상 읽기, 자격증 취득하기, 분대장 교육 또는 의무병 교육에서 1등을 해서 포상휴가 5일 받기'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세운 덕분인지 군 생활을 하며 운전면허증을 제외한 생애 첫 자격증인 한자 3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의무병 교육에서는 1등은 못했지만 2등을 해서 포상휴가 5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독서에 대한 목표도 성경 1독을 포함하여 5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성취했고, 이 시기에는 소설을 많이 읽어서 독해능력이나 문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선발되었을 때는 정말 가기 싫었던 곳이지만 돌아보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DMZ 비무장지대에서 수색, 매복 작전을 하며 북한군에게 욕도 먹어 보고 GP, GOP도 가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또 수색대대만 하는 헬기레펠 훈련을 통해 실제 헬기도 2번이나 타보고 생명수당으로 더 많은 월급도 받아 풍족하게 군생활을 했던 점도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색대대라는 힘들고 특수한 곳에서 신체적, 영적,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첫해 학업적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는데 군생활을 통해 조금 더 준비되고 성장하여 뜨거운 20대를 보내게 되는 역량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나 갈 수 없기에 자연 그대로가 보존된 DMZ도 언젠가 꼭 한 번 가고 싶습니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