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꼴찌, 첫 모의고사
전국 꼴찌, 첫 모의고사
초등학교 이후 제대로 영어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편입을 시작했던 2009년 2월, 영어 수준은 형편없었습니다. 우선순위 영단어를 외우고 기초 문법책을 혼자서 공부했다고 하지만 기초적인 문제도 풀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공부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공부를 하다 월 말 전국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편입학원이 대형화되며 매 월말 전국 지점에서 일제히 모의고사를 치르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데 공부를 시작한 2월 처음 본 월말 모의고사에서 전체 학원 수강생 약 600여 명 중 590등을 했습니다. 실제로 푼 문제가 없으니 꼴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연한 결과였기에 실망하기보다는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다. 이제는 오를 일만 남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암울한 첫출발이었지만 실망하지 않았던 것은 제 수준이 바닥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장학금을 받았을 때처럼 목표와 계획을 갖고 공부하면 분명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제 파악(메타인지)을 잘하는 나.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 지를 아는 것 그리고 모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과 그 실행 과정'의 인지 작용을 의미합니다. 전국 꼴찌라는 결과에 낙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메타인지까지는 아니어도 주제 파악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수준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전국 꼴찌라는 결과에 낙담하며 주저앉았겠지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반성을 하며 적었던 일기 쓰기 덕분에 주제 파악 능력을 갖게 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운동도 늦게 시작했고, 공부도 스무 살이 되어서 다시 시작했기에 남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기보다 늘 쫓아가는 입장이었습니다. 쫓아간다는 초조함과 욕심은 일기장이 반성과 개선계획으로 채워지게 했습니다. 반성을 하기 위해서는 제 하루의 삶을 면밀하게 돌아봐야 했고 제 상태에 대해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며 반성을 하다 보니 잘한 것과 못한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습관이 생겨 자연스럽게 주제 파악 능력이 생기게 된 것이죠.
첫 전국 모의고사로 현 상태를 인지한 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자각 결석만 하지 말자'라고 다짐했던 것처럼 첫 달은 '오래 앉아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루에 6~8시간은 앉아 있는 것을 목표로 수업내용은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앉아있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며 기초 영단어와 기초 영문법을 공부하며 첫 달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낸 후 3월 전국 모의고사에서도 변함없이 전국 최하위권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아쉬워할 자격도 없던 실력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묵묵히 한 달을 보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 성과에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처음으로 큰 벽을 만나 막막하고 당황스러웠지만 '목숨 걸고 공부할 테니 잘 가르쳐 주세요.'라고 뱉었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