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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Oct 26.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18)

고려대 합격생의 합격수기를 읽다.

고려대 합격생의 합격수기를 읽다

편입을 준비했던 2009년에도 인터넷 카페가 발달해 있어서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카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편입도 준비하는 수험생이 많다 보니 큰 규모의 카페가 있었고 공부방법과 방향을 정하기 위해 합격수기 게시판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독학으로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성균관대학교, 서강대학교 3관왕’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열 손가락에 꼽히는 일류대학교 3곳에 합격을 했다니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했을지 기대를 하며 수기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하루 14시간 30분의 공부’ 편입 성공을 위해 하루 14시간 30분의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가며 공부한 사례가 적혀있었습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노력은 해야지. 이게 진짜 노력이지’ 수기를 다 읽은 후 감동을 받아 수기 작성자를 마음의 멘토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의 수기에는 하루 14시간 30분의 공부를 위한 생활습관과 편입 공부의 방향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편입이라는 시험도 처음이었거니와 수능 공부도 해보지 않았기에 장기간 공부를 했던 경험이 없던 저에게는 고려대학교라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한 그의 수기는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과 같았습니다.


하루 14시간 30분 공부의 시작

편입 준비 3개월 차인 2009년 4월, 도약을 위해 적극적이고 무모할 정도로 높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루 14시간 30분의 공부를 하려고 4시 30분 기상, 12시 취침, 점심은 과일로 대체, 화장실은 소변은 1분, 대변은 5분 시간을 재며 해결했고 머리를 삭발했습니다.  


  학원 10등, 전국 100위권의 등 한 달간 13시간~16시간 30분가량 공부를 한 결과 편입 준비 3개월째 실시한 4월 전국 모의고사에서 말 그래도 일취월장한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점심을 과일로 대체하다 보니 살이 3kg 정도 빠졌지만 이때 몸에 베인 간절한 공부습관은 편입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관성을 갖게 했습니다.     


  학원 3등, 전국 10위권의 등수. 편입 시험 준비 4달째인 5월, 학원에서 최상위권으로 도약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성장이었습니다.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 100여 일 만에 전국 최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도약을 했으니 작은 학원이었지만 꽤나 유명세를 탔습니다. 처음에 저에게 비웃음을 날려주었던 직원도 더 이상 저를 비웃을 수 없었겠죠.

  

「몰입」에서는 '몰입 상태에 이르면 즐거움과 쾌감이 증폭되어 온몸을 감싸게 되고, 일주일 이상 몰입이 유지되면 쾌감에 도취되어 있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라고 합니다.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집중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충만감이 가득해 몰입이 유지되는 한 권태 없는 영원한 쾌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2월부터 5월까지 주일을 제외한 100여 일을 편입시험을 위한 영어공부에 완벽한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계적이고 단조로운 삶이었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행복했습니다. 하루 중 쾌감이 극대화되는 시간은 평균 13시간 30분의 학습을 마친 후 스쿠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도 몰입이 이어져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한 상태에서 공부하며 느꼈던 쾌감과 흥분이 다가와 부딪히는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 온 몸으로 퍼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부가 잘되고 집중이 잘된 날에는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경에 빠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때 경험한 몰임과 황홀경의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이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으로 채워지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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