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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Oct 27.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19)

더 큰 곳에서 실력을 증명하다.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 큰 학원으로 나아가다.                                                  

  여름방학이 되자 전국에 분점을 갖고 있는 가장 큰 편입학원에서 전국 모의고사나 특별강의 등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대형학원으로 모의고사를 보러 갔는데 그 규모와 여름방학부터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새벽반이 있다는 소식에 놀라운 마음과 함께 초조함이 느껴졌습니다. 


  학원의 명성보다 개인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집 가까운 조그마한 학원을 택해 열심히 하다 보니 4개월 만에 학원에서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편입 준비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성장이었지만 전국 모의고사 성적표에 기록된 수천 명에 이르는 편입준비생의 숫자는 '내가 지금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닌가'라는 두려운 마음을 계속 갖게 했습니다.


  며칠 고민하다 두려움과 걱정만 하기보다는 부딪혀 실력을 증명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여름 방학 기간인 7~8월 두 달 동안 노량진에 있는 대형학원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에게 "더 큰 학원으로 가서 공부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니 2명이 함께 가자고 해서 다 같이 대형학원에 등록을 하고 반 편성을 위한 배치고사를 치르고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최상위권 반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너희들 다 이겨버린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배치고사를 통해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고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첫 수업도 아침 7시에 시작을 하니 학원 수업을 마쳐도 오전 11시밖에 안되어 저녁 10시까지 자습을 하면 하루 13시간의 공부 목표를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쿠터를 타면 10분이면 충분했던 출, 퇴근시간이 버스와 지하철로 50분으로 길어져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정말 열심히 했던 것이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출, 퇴근 시간에는 단어를 외우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디서 왔어요?”, “부천이요” 배치고사를 치르고 상위 권반으로 편성되어 첫 수업을 나갔는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강사가 저와 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보통 학생들이 매 달 등록하며 수강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이었던 우리가 쉬게 눈에 띄었나 봅니다. “부천이 어디 있어요? 멀리서 아침 일찍 오느라 고생하겠네.”하며 웃자 기존 수강생들 몇몇이 따라 웃었습니다. 저를 비하할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상해 ‘너희들 다 내가 이겨버린다.’는 승부욕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날부터 승부욕을 자극해준 덕분에 몸은 피곤했지만 실력을 증명하고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 모의고사에서 2,000여 명 중 100위, 노량진 학원에서는 최고 2등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제일 큰 학원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나니 더 이상 피곤하게 먼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어져 다시 집에서 가까운 학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 집 가까운 학원에 연간 등록을 했고, 환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고려대 합격'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12월에 있을 고려대 시험을 3달 앞둔 10월, 다시 집 가까운 학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같이 서울 큰 학원에 갔던 친구들은 서울학원에서 마지막까지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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