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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Dec 04.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32)

UEFA, 유럽축구 지도자 연수

UEFA, 유럽축구 지도자 연수                                                 

  관심을 갖고 들어가서 보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럽축구 지도자 연수’라는 광고 글이 올라왔습니다. 국내에는 소지자가 많지 않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의 축구연맹인 UEFA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늦게 시작하고, 경력도 부족한 만큼 다른 지도자들과 차별화될 수 있도록 독일 유학 후 취득하고자 목표로 하고 있던 자격증이었습니다.  


  광고가 올라올 무렵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연수를 진행하는 회사도 처음 보는 회사고 총비용도 천만 원 가까이 드는 상황이라서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곧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된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에 유학을 가더라도 많은 시간을 지도자 준비에만 쏟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위 과정은 국내에서 2주, 유럽 현지에서 2주 정도 진행되었으므로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고 스코틀랜드에서 진행되었기에 조금이나마 수월한 영어로 과정이 진행되었으므로 자격증 취득이 용이해 보였습니다.

  

  결국 지도자 연수과정에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 유학을 완벽하게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과정은 조금 더 빨리 제가 목표한 것에 다다를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등록과 함께 퇴사 후 유학이라는 진로를 확고하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퇴사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편안하게 회사에 국내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보고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점장이 장기 휴가를 가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이었기에 아마도 단장님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허락을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국내 연수를 마친 후 2016년 2월에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2주간의 연수를 더 받아야 했으므로 그때를 퇴사 시점으로 삼았습니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아내와 결혼, 유럽에 본격적으로 가기 전에 UEFA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저에게는 마치 미리 정해진 계획처럼 느껴졌습니다. 


빠른 길은 없다.

국내와 스코틀랜드 과정에 참여하면서 다른 지도자분들보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즐겁게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퇴사 후 이어진 스코틀랜드에서의 연수는 힘들었던 회사생활에서 벗어나 하고자 했던 것을 위한 과정이었기에 더할 나위 없는 새로운 출발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의 연수를 마친 후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던 선배까지 만나는 스코틀랜드, 독일,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연수와 축구여행은 지친 저에게 주는 보상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연수과정에 성실히 참여하여 목표로 하던 UEFA-B급 축구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당장 유럽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수는 없었기에 한국에서 유학 준비를 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의 KFA-B 자격증이 필요했습니다. UEFA-B 자격증은 KFA-B 자격증으로 전환이 가능했고, 프로그램을 주관한 회사에서도 이 점을 적극 홍보를 했었기에 시간과 물질을 아끼기 위해서 위 과정에 등록을 했는데 대한축구협회에서 사설 기관을 통해 취득한 자격증은 인정을 해줄 수 없다며 전환을 거부했습니다.


  KFA-B 자격증이 있어야 국내 중, 고등학교에서 지도자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거부당했으니 한국에서 지도자 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생긴 것입니다. 다시 KFA - B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3주간의 연수와 15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므로 큰돈과 시간을 지출한 상황에서 지도자 교육에 참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부담되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UEFA 지도자 자격증 코스에 참여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바라던 것에 한 걸음 다가가 그것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었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전환이 되지도 않았고, 함께 연수를 받았던 지도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도자의 삶이 이 전과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UEFA 자격증만 취득하면 인정을 받고, 다른 지도자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상적인 생각에만 빠져있던 것입니다. 운전면허를 딴다고 해서 운전을 잘한다고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닌데 제 안에 지도자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지점장의 삶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지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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