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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Dec 07.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34)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국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한 말입니다. 축구 현장 밖에서 지도자를 꿈꾸었던 저에게는 축구 지도자의 이상적인 모습만 눈과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 현직 지도자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을 알게 되자 제가 생각하던 것과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한 가지는 진정성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설계사분들의 능력을 끌어내야 했고, 조직을 위해 헌신할 것을 요구해야 했기 때문에 지점장은 설계사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끔 심한 질책을 당하거나  조직의 성과를 인센티브로 어떻게 환산되는지 계산하는 제 자신을 볼 때마다 진정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이 일을 잘해야 인센티브도 받고, 인정을 받으며 회사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했지만 그 모든 행동들이 결국 내 이익을 위한 가식적인 행동은 아닌가 하는 이해와 가치 충돌의 문제가 계속해서 마음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을 속이거나 위법한 행동을 하지 않는 한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속성이지만 보험업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때로는 설계사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질책을 피하고, 인센티브를 받을 때마다 괴롭기만 했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을 발휘해서 설계사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고, 그 영향을 받아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진정성을 갖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축구 지도자나 학교 교사에 대해 일종의 로망을 갖게 되었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커짐에 따라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 서서    

밖에서 바라보았던 축구 지도자는 일을 통해 꿈을 꾸는 선수들이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보람과 성취감이 있는 이상적인 직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지도자를 하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축구 지도자들도 ‘진정성’만 갖고는 살아가기에 어려운 직업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축구 지도자도 팀의 유지를 위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수들과 물질적인 부분을 떼어 놓을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축구 지도자의 삶처럼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스코틀랜드에서 만났던 지도자들처럼 독일에서 축구 지도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선배도 유소년 클럽의 지도자를 하고 있었지만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프로팀에서 일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생계를 위해 지도자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며 힘들긴 하지만 한국처럼 선수와 돈을 연관 짓지 않아도 되니 마음도 편하고 더 냉정하게 축구적인 관점에서만 선수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돈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독일의 지도자들처럼 다른 일과 병행을 해야 했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으니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그리는 데 가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결혼도 한 상태인데?' 사람을 돈과 연관 지으며 나의 이익을 위해 진정성 있는 척하는 가식적인 삶에 환멸을 느껴 퇴사를 하고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는데 먹고사는 문제에 가로막혀 버렸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지도자로서 어디까지 진정성이고, 어디까지 현실적인 것인지 구분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꿈을 찾아온 곳, 꿈속에서 지내는 설렘을 만끽하는 시간은 지나가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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